경제·금융 정책

물가안정이냐…환율방어냐… 새해 통화정책 고민 커진다

내년 인플레 압력 커져 금리인상 필요하지만<br>원화 절상·가계빚 암초 '선거정국' 결단 힘들듯




"과감한 금리인상을 통한 물가안정인가, 점진적 인상을 통한 환율방어와 가계부채 연착륙인가.' 물가안정을 책임진 한국은행이 내년부터 고민해야 할 과제는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한은의 존재이유가 물가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이 시급하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내년도 물가가 3%대 중반의 높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녹록지 않다. 급격한 외국자본 유입으로 인한 원화절상과 가계부채 증가 등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성장둔화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점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을 가로막을 진정한 복병은 '경제지표' 가 아닌 '정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이명박 정부 후반기를 맞는 내년부터 선거정국에 들어서는 만큼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물가에서 성장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은 '내년 최고 과제는 물가안정'=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정상'으로 보는 경제전문가는 사실상 찾기 힘들다. 올해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쳐 한은 안팎의 비난을 한몸에 받은 김중수 총재조차도 "기준금리를 4%로 올려야 한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라며 우회적으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내년에는 물가만 보고 달려야 한다"는 강경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한은이 금리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경우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가계부채가 복병=문제는 내년에도 하락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원·달러 환율과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최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전망'에서 내년 하반기까지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팽창적 통화정책으로 달러가 넘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자본유출입이 자유로운 우리나라로 달러가 끊임없이 유입될 것이라는 게 주요 근거다. 이 와중에 한은이 과감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자본유입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채권 딜러는 "외국인들이 내년 금리인상을 예견하고 국내 채권 투자를 늘리는 마당에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환차익을 노린 단기 채권투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을 가로막는 최대 복병은 환율보다 가계부채라는 분석도 있다. 급격한 환율 하락은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로 어느정도 방어가 가능하지만 가계부채문제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부처들이 내년 최대 과제로 가계부채 해소를 꼽은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배경에 깔려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규모보다는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가계부채는 896조원(3분기말)으로 가계자산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지만 자산에 비해 부채의 증가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게 문제다. 실제 가계부채는 지난 2006년 600조원대에서 2년여 만에 800조원을 돌파, 내년에는 1,000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당장 집권 후반기로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으로서는 내후년 선거를 의식해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금리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 금리인상의 최대 걸림돌은 환율보다는 오히려 가계부채 문제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금리인상이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은과 정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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