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그린스펀 증언안팎] "예고된 금리인상" 큰파장 없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리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했지만, 채권시장이 폭등하고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투자자들은 그의 말에서 이달말 금리 인상폭이 0.25%의 적정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가졌기 때문이다.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이후 채권 가격이 폭등했고, 미 재무부 채권(TB) 30년물은 10BP(0.1%) 폭락, 5.95%에 마감함으로써 다시 6%대 이하로 떨어졌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도 56.68 포인트(0.53%) 상승, 1만841.63에 폐장했다. 뉴욕 금융시장은 수차례에 걸친 FRB의 경고로 금리인상에 대비해 조정 과정을 거쳤고, 포트폴리오를 변경했기 때문에 온건한 표현으로 금리인상을 시사한 그린스펀의 발언에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중앙은행이 경기과열을 지나치게 우려, 오는 29~30일 회의에서 금리를 0.5% 포인트 올리거나, 두번 연속 인상하는 과격한 조치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했다는 분위기다. 그린스펀의 고민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분명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과열된 노동시장이 위험스러운 임금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80년대 일본의 예를 들면서 『금융자산의 거품이 붕괴돼 경제 파국이 오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앞으로 있을 조치의 명분을 설명했다. 그린스펀은 이날 유난히 인플레이션 사전예방론을 강조했다. FRB내 강경파들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6개월전에 금리를 인상해야 과열 경기를 진정시켜 장기호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가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매파들의 의견에 상당 부분 동조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상당한 반론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FRB 매파들이 낡은 이론에 얽매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고전적인 필립스 이론에 의하면 노동시장이 과열될 경우 임금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만, 90년대에 미국이 맞고 있는 신경제는 저물가-고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공화)에게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는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측의 반발도 예상된다. 민주당의 폴 사베인스 상원의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분명한 근거가 없는데도 FRB가 금리인상하려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중남미 등이 경제위기에서 완전한 회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 국가의 대외부채 부담을 가중시켜 모처럼의 세계 경제안정을 해칠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 그린스펀은 2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릴 뜻을 밝혔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0.25%의 인상을 예상했지만, 두번 또는 많으면 세번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제기하는 소수의 관측자들도 있다. 그린스펀 발언이 뉴욕 금융가에 미치는 효과는 2~3일 지나서 본격화되는 경향이 있다. 월가의 대표적 증시 호황론자인 골드만 삭스의 애비 코언씨는 이날 증시 폐장후 블루칩 주가지수인 S&P 500 지수가 5% 과대 평가됐다고 발표, 트레이더들을 긴장시켰다. 따라서 뉴욕 월가가 첫날엔 일단 안도했지만, 점차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가지수가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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