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돈선거 구태 못벗은 집권당 전대


"돈 봉투 파문이 일었는데도 여전히 돈 뿌리고 조직동원하고 막말하고 온갖 구태가 달라진 게 없네요." (새누리당의 한 대의원)


지난 2011년 말 고승덕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 칼럼을 통해 "전당대회에서 모 후보 측이 수백만원이 든 봉투를 놓고 가서 돌려줬다"고 양심선언한 것을 계기로 전대 돈 봉투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하지만 2008년 전대에서 대표로 선출된 박희태 후보 측의 돈 봉투 살포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정가에 큰 충격파를 던졌으나 그때의 교훈은 잠시뿐이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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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7·14전대를 하루 앞두고 13일 전국 시·군·구에서 20만4,342명의 선거인단 중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전대 현장에 참석하는 대의원(9,351명)을 제외한 책임·일반 당원과 청년선거인단의 투표를 진행했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조직동원은 물론 과거와는 규모만 다를 뿐 이번에도 적잖은 돈이 뿌려졌다는 게 여러 당원들의 얘기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유력 후보들의 경우 최고 70억~80억원까지 썼을 것이라는 루머가 일부 당원들 사이에 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전대에서는 심지어 여론조사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고 전대 막바지에는 청와대의 특정 후보 지원설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 논란까지 일었다. 여기에 선거운동 내내 유력 후보 사이에 연일 진흙탕 막말 공방이 이어졌다. 선거판에서 나왔던 구태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되풀이됐다. 이에 따라 선거인단 투표(70%)와 함께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여론조사(12~13일) 참여율도 낮았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이 7·14전대와 7·30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캐치프레이즈로 강조했던 '새누리당은 혁신입니다'라는 구호가 무색해진 것이다.

물론 이번 전대가 앞으로 당청 관계의 변화는 물론 오는 2016년 4월 총선 공천권, 2017년 대선 경선 판도까지 좌우한다는 점에서 과열경쟁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집권당의 전대가 구태로 흐를수록 정치불신이 가중돼 국정동력이 떨어진다. 미국 등 선진국의 정당들이 전대를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노선과 가치의 재정립, 새 인물 발굴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력 대결과 권력 게임만 난무해서야 집권당의 리더십이 바로 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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