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비오는날의 경제

鄭泰成(언론인)비 오는 날엔 영락없이 길이 막힌다. 비가 오면 왜 멀쩡하던 길이 갑자기 막히는지 그 이유가 반드시 분명한 것은 아니다. 미끄러운 빗길을 조심하느라 모든 차량이 일제히 속도를 낮추기 때문일수도 있다. 우산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싫어 차 가진 사람이 다 차를 끌고 나오기 때문일수도 있다. 비가 오면 아무래도 단속이 느슨해질것인즉 그 틈을 타 교통법규를 어기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며 그래서 사고가 속출하기 때문일수도 있다. 실제로 비 오는 날엔 접촉사고가 특히 많고 찌그러진 차를 대로에 새워둔채 시비를 버리는 광경을 자주 볼수 있다. 네거리에선 신호를 무시한채 서로 달려들므로서 오는 차 가는 차가 얽혀 꼼짝 못하게 되기도 한다. 비 오는 날의 교통대란은 이렇듯 사소한 원인들이 한꺼번에 발생하므로써 엄청난 상승작용을 벌리는 사례라고 할수 있다. 또 비오는 날의 교통대란은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희한한 사례가 되기도 한다. 길을 막는 원인을 전혀 모르는바 아닌데 그 원인을 제거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의 교통대란은 반복될지언정 개선되지는 않는다. 비 오는 날의 교통대란엔 이밖에 또 몇가지의 특성이 있다. 정교하고 위협적인 교통법규도 대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되는점이 그 첫째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정부의 권력이나 권위도 별무소용일 뿐이다. 두번째로는, 참으로 기묘하다면 기묘한 일인데, 누가 나서지도 않는데 시간이 흐르면 혼란이 저절로 수습된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비 오는 날의 교통대란과 경제의 격동은 닮은 점이 많다. 잘나가던 경제가 하루 아침에 거덜 나는일, 실패의 원인을 하나씩 뜯어보면 별것이 아닌데도 한꺼번에 폭발하면 그 결과가 걷잡을 수 없을만큼 확대되고 심각해진다는 점,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지못하고 따라서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한다는 점, 또 경제가 격동하기 시작하면 정부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게 된다는 점, 그래서 네거리에서 차가 뒤엉키듯 경제의 각 부문이 충돌하게 된다는 점등이 그것이다. 또 기막히게 닮은 점은 혼란과 침체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묘책을 강구한 것도 아닌데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정상을 되찾는다는 점이다. 사람 사는 이치,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참으로 신묘하다고 할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