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대통령 베트남방문] 21세기 황금시장 협력 다지가

김대중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및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은 우리나라와 아세안과의 실질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金대통령이 지난달 말레시이아에서 개최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지 한달도 안된 상태에서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아세안이 갖는 정치·경제적 중요성을 감안한 때문이다. 한국은 아세안과의 교역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내고 있으며, 이 지역은 한국건설업체의 최대시장이며, 제3위 투자대상이다. 한국은 90년대 들어 매년 20% 내외의 교역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91년 10억달러를 시작으로 이후 매년 흑자를 기록, 지난해에는 203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125억달러어치를 수입, 78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78억달러라는 흑자는 지난해 일본(적자 131억달러)과 미국(적자 85억달러)에 대해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는 점이나 최근의 극심한 수출난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교역 뿐만 아니라 아세안 지역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렴한 노동력, 높은 수출 잠재력 등으로 80년대 후반부터 동 지역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지난말 현재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9개국에 투자한 금액은 약 50억9,000만달러. 미국과 중국에 이은 제3투자대상국이며 주로 제조업과 광업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말레이지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아세안 지역에 대한 건설부문의 진출도 활발해 지난해말 우리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31.4%인 44억달러를 수주, 중동을 제치고 아세안이 제1위 건설진출 지역으로 부상했고, 올들어 더욱 늘어나 11월까지 총 292억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아세안이 한국의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그동안 한국의 대(對)아세안 외교는 다소 미진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역대 한국정부는 아세안의 비중에 합당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따라서 金대통령의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데뷔는 그동안 4강외교의 「그늘」에 가려 다소 소홀히 여겨져 왔던 대아세안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정상회의는 금융위기의 직접 피해당사국들이 모여 금융위기의 공동대처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회의다. 특히 동남아와 동북아 국가정상들이 머리를 맞대는 유일한 회합체이기도 하다. 아시아·테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도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방안이 두루 논의됐지만, 이제는 아시아 국가들끼리 AMF(아시아통화기금)창설문제를 비롯, 외채경감과 경제회생을 위한 여러방안들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의제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협력 일본이 아시아국가에 2년간 30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미야자와플랜 구체화 지역통화사용을 통한 역내교역 증진방안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통화 사용방안은 수출입업자가 자국통화를 사용해 결재하고, 양국간 수출입차액은 양국 중앙은행이 미달러로 상계결재해 청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대해 우리는 양국 수출입은행간에 수출신용을 상호보증해 주는 제도를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아세안자유무역지대에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아세안 개별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金대통령은 아세안국가들과의 회담에서 유·무상 협력사업, 메콩강 개발사업 참여방안, 정보화·환경분야 구상무역 추진방안 등 분야별 협력방안을 적극 논의할 계획이다. 또 金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문제와 양국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金대통령은 특히 베트남 지도자들과 갖게 될 일련의 회담에서 불행했던 과거사를 씻고 상호 보완적인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계획이다. 현재 베트남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에 비추어 개혁·개방정책이 성공할 경우, 인도차이나 반도의 강국으로 부상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金대통령은 우리의 산업화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베트남 투자를 확대, 상호이익을 추구할 방침이다. 【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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