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금융권 회생지원 「교하산업」 끝내 부도

◎유망기업 살리기 “물거품”/“불신의 골만 깊어졌다”/채권단 등 관계자 허탈/타금융기관·대기업 비협조/경영진도 실상 숨기기 급급/10일 전격 법정관리 신청제2금융권의 여신지원으로 부도위기에서 벗어나 회생할 것으로 기대되던 교하산업(회장 이영섭)이 11일 끝내 최종 부도처리됐다. 세계 최대의 방수포(타포린)생산업체인 교하산업을 살리기 위한 제2금융권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제2금융권의 교하산업 공동지원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며 특히 한보부도후 금융기관들이 자금줄을 죄면서 부도설이 끊이지 않던 시기에 이루어져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2금융권은 「부도의 첨병」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었고 기업들도 장래성만 있으면 일시적 자금난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다른 금융기관 및 대기업의 비협조와 교하산업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이같은 사회적 기대는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도리어 금융권과 기업간 불신의 골만 더 깊게 만들었다. 자금을 공동지원해준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은 책임을 교하산업 경영진에 돌리고 있다. 교하산업 경영진은 현재 행방을 감추고 잠적해 있기 때문에 전후사정을 자세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지난 10일 채권단과 한마디 협의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해버렸다. 채권단과 의견을 조율해야 할 이영섭 교하산업 회장은 원재료 물품대금 3억3천3백만원을 결제한다며 돈을 챙겨나간 지난 7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김병문 사장도 자금관리인 몰래 회사 보통예금계좌에서 8천7백만원을 인출,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하산업 직원들은 『이회장이 무책임하게 도망갈 사람은 아니다』면서도 『막판에 몰려 판단력을 잃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대기업이 원재료를 공급하지 않아 공장을 돌릴 수가 없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제2금융권이 회사갱생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경영진들이 회사의 실상을 보다 소상히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결국 이회장이 스스로 나타나 전후사정을 밝히는 것이 급선무다. 아무튼 교하산업에 1억원씩 지원한 제2금융권 채권단을 비롯한 금융계 관계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유망기업을 살리기 위한 2금융권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렸다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서 향후 제2금융권의 대출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금융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기업대출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이 기업과 기업주를 믿지 못하는한 공생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금융권과 기업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어진다면 경제회생의 길은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다.<이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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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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