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담보대출과 신용보증/이근영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로터리)

한보부도사태가 온 나라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세간의 무성한 풍문과 함께 금융기관에서 한보철강에 대해 담보가액을 훨씬 초과한 거액을 대출한 사실도 문제점으로 빠지지 않고 지적한다.금융이란 본래 채무자의 신용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은 구구하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담보대출은 그 자체가 후진적 금융관행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며 물적 담보가액이 전적으로 대출의사 결정요인으로 작용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낳는다. 한보사태와 관련하여 대출심사를 소홀히 하였는지 여부보다 담보부족만을 탓하는 것은 담보대출 관행의 개선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된다. 이러한 담보대출 관행으로 부동산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밖에 없었다. 신용보증제도는 중소기업들에 내재된 신용을 토대로 금융을 지원하는 선진금융수단의 하나이다. 특히 담보없는 중소기업의 금융이용을 매개하는 유력한 공적수단이 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 보호육성의 정책적 필요성과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자금난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지원 확대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신용보증기금은 보증 확대라는 경제사회정책적 요구와 함께 보증의 건전화를 통한 기본재산 확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신용보증업무를 맡고있는 사람으로서 짚신장사와 우산장사를 하는 두 아들을 둔 부모가 비오는 날이나 개인 날이나 걱정한다는 동화가 연상된다. 신용보증기금은 연초부터 기업실체 심사를 바탕으로 적정 대위변제율을 유지하면서 보증을 확대할 수 있도록 보증제도의 틀을 전향적으로 바꾸어 시행에 들어갔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신용보증제도가 앞으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개선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신용보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요망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마련되어도 제도 그 자체가 그리스신화의 「마이다스의 손」이 될 수는 없다. 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등 자기신용관리를 게을리 한다면 신용보증제도는 이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보증을 이용하여도 이와 같은 보증의존적인 경영은 자칫 기업을 도산에 이르게 하는 병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장과 경쟁의 원리가 지배하는 21세기 신금융환경에서는 대기업이 물적 담보가 있다고 해서 무한정 여신이 이뤄질 수도 없겠지만 중소기업도 경제정책상의 필요나 경제적 약자라는 사실만으로 무작정 지원되고 보호되는 상황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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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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