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FTA 이것이 급소] <28> 후폭풍 예고하는 통상비밀주의

'쉬쉬'말고 피해도 알려 여론 결집을<br>美개방제외 사례 부각 최대한 이득 취하고<br>"車·의약품등 우리 상품기준 인정" 강력 요구<br>수세적 협상관행 벗고 적극적 공세로 전환을


본지 시리즈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문서가 공개될 때마다 통상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는 숨기는 데만 급급해 하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관계상 좋지 않다’ ‘굳이 (국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 등의 반응이다. 하지만 그럴까. 전문가들은 한미 FTA 통상전략은 대외(미국)만이 아니라 우리 내부를 대상으로 해야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한ㆍ칠레 FTA, 쌀 등 과거 통상협상 때보다 몇 배 더 후폭풍을 불러올 한미 FTA 파급력을 고려해볼 때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부 통상 비밀주의는 안된다=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외부(미국)을 상대로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국민들로 하여금 판단하게끔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긍정 효과는 물론 부정 효과도 숨기지 말고 알려야 한다”며 “협상일정이 빡빡해 매주 TV 토론회를 해도 제대로 알릴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연말을 협상 타결시점으로 볼 때 앞으로 남은 시간은 고작 9개월여. 하지만 본협상이 다가올수록 정부의 통상 비밀주의는 더욱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이 같은 우리의 약점을 역이용, 양측이 합의한 사안 외에는 공개하지 못하도록 우리 측에 요구까지 했다. 주무부처의 통상 비밀주의는 다른 현업 부처와의 의견단절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안고 있다. 덧붙여 오는 5월 초 본협상 전에는 우리의 입장을 확실히 정할 필요가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제조ㆍ서비스ㆍ금융 등 각 분야별로 협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이에 맞춰 우리의 통상전략을 수립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 시스템 개편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룰 것이며 금융업 업그레이드가 목표라면 무엇을 해야 될지를 확실히 정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반글로벌 스탠더드 갖고 있다=이런 가운데 미국을 상대로 한 대외협상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반글로벌 스탠더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외 없는 시장개방’ ‘글로벌 스탠더드’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미국이지만 한편으로는 약점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우리에게 100%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호주와 맺은 FTA 협상에서 총 교역상품의 11%를 양허(시장개방) 제외 품목으로 정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체결시도 교역상품의 1.2%에 대해 중장기 관세 인하ㆍ철폐가 아닌 영구 개방 제외로 분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규범과 제도 중에는 국제 룰에 어긋나는 것도 적지않다. 국제 화물운송(외항) 정부 조달에 있어 미국은 자국 업체에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 다른 국가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반덤핑 등 무역구제 제도에 있어서도 미국은 국제 룰과는 거리가 멀다. 덤핑 여부를 판단하고 마진(이익)을 따지는 기준이 자국에 유리하도록 돼 있다. 이렇다 보니 반덤핑 관세율이 그 어느 국가보다 높게 매겨진다. 무역구제 제도 분야에서는 우리가 선진국이다 ◇수세에서 공세로, 과거는 잊자=전문가들은 또 미국과 협상에서 과거를 잊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미 FTA에 앞서 수차례 열린 양국간 통상현안에서 우리의 요구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의 기술수준을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 측의 일방적 논리에 의해 묻히고 만 것이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FTA를 통해 미국은 이미 우리 서비스시장과 자본시장에서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점을 십분 활용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자동차ㆍ의약품 안전기준 등 우리가 만든 상품기준에 대해 인정해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라는 것. 상품기준의 상호인증은 일종의 기술무역 장벽. 우리가 거꾸로 미국에 기술무역 장벽을 허물어줄 것을 FTA를 통해 강력히 주문하라는 지적이다. “협상에서 방어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미국도 약점이 많다. 우리 내부의견을 한데로 모으면서 미국과 맞서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FTA 통상 전문가의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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