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안정 자신감 루블화가치 정상화/러 화폐개혁 배경과 전망

◎인플레타개 아닌 물가 하향안정 체임 해소따라/생필품 가수요 인플레 악몽 재발 우려도지난 4일 발표된 화폐개혁 조치에도 불구, 러시아내 외환, 증권시장은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 귀중품 사재기, 검은 돈의 반발 등 화폐개혁이 단행되면 대개 발생하는 패닉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는 화폐개혁 발표직후 잠시 오르는 듯했으나 수분만에 평온을 되찾아 익일물이 달러당 5천8백1루블에 거래됐다. 달러당 5천8백루블이었던 지난 1일 환율과 비교할 때 거의 변동이 없었다. 증권시장에서는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4일 모스크바증시의 러시아거래지수(RTS)는 5백18.3포인트로 마감,지난 1일보다 1.6% 올랐다. 화폐개혁 발표는 또 세계은행, IMF뿐만아니라 런던의 민간은행들도 일제히 환영을 표시했다. 이들은 『마침내 옐친이 결단을 내렸다』며 반색하면서 『루블화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폐개혁 발표뒤의 이같은 평온함은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극약처방이 아니라 루블화 가치의 정상화를 통한 경제안정화를 겨냥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옐친 대통령은 『1천루블짜리 지폐에서 3개의 동그라미를 지우는 것이며 다시 이런 동그라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같은 강한 자신감은 구소련의 붕괴이후 퇴보를 거듭하던 러시아경제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와 물가안정세를 나타낸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93년 2천6백%라는 살인적인 수준을 보였던 러시아의 인플레율(명목물가상승률)은 지난해 22%대로 크게 낮아진데 이어 올해는 12∼14%대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강력히 추진된 러시아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치솟던 물가에 급제동이 걸린 데는 만성적인 생필품 공급난이 크게 개선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중앙은행의 세르게이 두비닌 총재는 『내년에는 물가가 더욱 안정, 인플레가 6∼8%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게다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도 현재 2백47억달러를 기록, 대외결제능력도 대폭 향상됐다. 특히 러시아정부는 지난 수개월전부터 근로자들의 국민연금이나 임금을 제때 지급하기 시작,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눈에 띄게 해소됐다. 구소련붕괴후 국영기업 근로자들의 임금과 연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재정부도사태로 중대한 위기를 맞았던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부터 안정궤도에 완전히 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정부는 앞으로의 경제운용에 강한 자신감을 갖게됐다. 이번 화폐개혁에서 교환화폐의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교환기간도 98년부터 2002년까지 4년이라는 긴 기간을 적용, 화폐개혁의 성공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93년 화폐개혁때 단 하루동안, 교환금액을 일정한 액수로 제한, 대혼란을 빚은 교훈을 잊지않은 것이다. 한편 러시아정부의 화폐개혁에 대해 서방전문가들은 환영과 함께 앞으로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모스크바의 펀드매니저인 오리온 캐피털 어드바이저사의 카일 브랜든은 『루블화 안정여부는 러시아정부의 금융 및 재정정책에 달려있다』며 『러시아정부가 화폐개혁을 추진할 정도로 경제운용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폐개혁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살인적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곤욕을 치른 러시아 국민들이 안정세를 보이는 달러화 대신 루블화로 쉽게 돌아설지 의문이다. 가장 큰 암초는 인플레 재발 우려다. 인플레율 등 경제지표가 실상보다 과대포장된 측면이 없지 않은 만큼 생필품부문에서 일시적인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물가불안이 촉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거기에 루블화 기피현상까지 가세한다면 지난 2∼3년 동안 이룩한 경제안정기조가 흔들리고 화폐개혁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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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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