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더불어 사는 사회

20세기 마지막 해를 보내는 올 연말은 풍성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모처럼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내렸다. 한 정보통신회사에서 내건 「눈(雪) 마케팅」으로 100여명의 당첨자는 하늘에서 내리는 자동차를 선물받는 행운을 잡기도 했다.여의도나 강남에 있는 술집은 며칠 전 예약을 해야 자리가 날 정도로 만원이다. 코스닥에 투자해 몇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는 이제 너무 많이 들어 평상적인 대화가 됐다. 광고시장에서는 광고가 넘쳐 흐른다. 신문이나 TV의 밀레니엄 광고는 이미 동이 난 상태다. 백화점들은 IMF를 훌쩍 뛰어넘어 사상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시끌벅적하다. 롯데백화점 본점 한곳의 매출이 채 한해도 되기 전에 1조원을 넘었다. 기업들도 지난 2년간의 지옥생활을 끝내고 천당으로 온 것 같다. 많은 기업들이 올해 사상최대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사의 12월 결산법인 순익전망은 무려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6조9,000억원의 적자에 비하면 상상도 못할 수치다. 이중 전자통신장비 부문이 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50여배나 늘어났다. 실업자도 고 있다. 정부는 11월 중 실업자 수가 제조업·서비스업의 취업자 증가로 22개월 만에 100만명 이내로 었다고 자화자찬한다. 모든것이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풍성함이 힘들게 IMF를 겪어온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나눠 차례다. 먼저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참으며 일해온 노동자들에게 그 몫을 분배해야 한다. 기업들이 남아돌아 주체하지 못하는 돈으로 지난 2년간의 고통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물론 기업들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이는 새 천년의 야심찬 청사진을 짜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바로 붕괴된 중산층을 살리고 근로의욕을 북돋우는 길이다. 시장경제이론의 틀을 세운 케인스도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자본주의는 사회를 파탄에 이르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봐야 한다. 정부의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더라도아직 우리 주위에는 100만명의 실업자가 있다. 게다가 이들과 다름없는 공공근로사업자가 아직도 21만6,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 2년 내내 실업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로원이나 고아원은 예년 같지 않게 썰렁하다. IMF란 망령에 시달린 지난해, 주어진 생필품마저 사라진 곳도 많다고 한다.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사랑이다. 70, 80년대 군부독재하에 민주화의 화신이었던 고(故) 김남주(金南柱) 시인의 목소리가 아직 생생하다.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 엎고 제뼈를 갈아 재로 뿌릴 안다 천년을 두고 오는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안다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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