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사상최대 무역적자 '총체적 비상'

미국에 무역 적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1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달러화가 급락한 한편 주요 금융기관의 전문가가 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끌어내리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뉴욕증시도 인텔의 매출 급증 등으로 장초반 급등했으나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라는 소식으로 상승폭을 크게 줄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603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초 전문가는 적자 규모가 500억달러로 전월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같은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11월 한 달 동안 미국 수입액과 수출액의 격차가 43억달러 급증했고, 9월부터 3개월 동안의 격차는 100억달러 증가했다. 무역수지 적자 급증은 유가가 급등한 데다 원유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표가 발표되자 이코노미스트는 발빠르게 4분기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JP 모간이 성장률 전망을 4.0%에서 3.5%로 낮췄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무역수지 적자 급증에 따른 타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하고, 4분기 성장률이 3.0%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HSBC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모리스는 "이번 보고서에 드러난 지표는 하나같이 실망스러운 내용"이라며 "무역수지 적자가 급증했다는 것은 자본 유입이 더 힘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달러화 가치 하락과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물론"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표 발표 이후 강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낙관했던 금융시장 전문가는 장기적인 구조적 불균형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예상밖의 경제 지표 악화로 인해 달러화는 곤두박질쳤다. 12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1.13% 급등한 1.3255달러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0.85% 내린 102.44엔을 나타냈다. JP 모간의 수석 외환전략가인 폴 메거시는 "지난 3년 동안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렸던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을 밑돌자 대부분의 전문가는 달러화 하락이 적자 규모를 축소하는데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배경으로 연초부터 달러화는 연일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날 나타난 수치는 이같은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컨설팅 업체인 이코노미닷컴의 애널리스트는 데이비드 인그램은 "미국 경제가 지난해 여름 일시적인 침체(soft patch)를 벗어난 반면 외환시장은 3~4분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렉스칼럼을 통해 미국이 대규모 수입을 지속하는 한 구조적인 문제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11월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치솟은 핵심 요인이 원유 수입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11월 국제 유가 하락에도 원유 수입 규모가 급증하면서 적자 규모를 늘려놨다는 지적이다. 또 달러화가 지난 3년 동안 내림세를 지속했지만 미국의 수입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화 하락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4분기 GDP의 6%에 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가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하락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여겨졌으나 3년간의 하락 마저도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고, 미국의 수입 규모가 수출에 비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라고 FT는 말했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12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선진7개국(G7)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유럽과 일본이 경제 성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노는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G7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내달 초 런던에서 열리는 G7회담에서 이같은 뜻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 성장률과 교역 상대국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구조적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내달 G7 회담의 주요 의제"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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