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겸손한 사람이 보고 싶다/강지원 청소년보호위원장(로터리)

이 내우외환의 위기에 우리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겸손이다.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은 그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겸손치 못했던 우리들의 오만함과 불손함 때문이다.내일 당장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하지 못하고 높은 자리에 앉아 고집부리면서 목에 힘주고 건방을 떨던 사람도 있었다. 돈줄을 쥐고 있다고 온갖 위세를 부리며 돈놀이에 몰두하던 금융기관도 있었다. 빚더미 위에 앉아 있는 주제에 돈푼이나 조금 벌었다고 세상 어느 나라에도 없는 재벌소리를 해가며 희한한 거만을 떨어 온 기업도 있었다. 기업 망하는 것을 상상해 보지 못한 노조, 흥청망청 자가용 굴리며 주말이면 팔도강산을 다니던 국민들까지 누구하나 겸손한 사람이 없었다. 간혹 땅을 치며 개탄하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가 무슨 죄를 졌기에 이런 날벼락을 맞느냐고. 책임을 따지자면 당연히 겸손하지 못했던 「좀 더 높은 사람」, 「좀 더 가진 사람들」이 크다. 하지만 그것 마저도 도토리 키재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 엄청난 사태를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만했고, 무지했고, 무책임했음을 자성해야 한다. 여기에 또다시 변명이나 「네 탓」타령만 했다가는 정말로 큰 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진정으로 살펴보는 「겸손한 자의 눈」이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를 숙여 속죄하는 자세여야 한다. 하늘을 우러러 간구하는 마음으로 지혜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겸손한 사람을 보고 싶다. 높은 사람, 가진 사람일수록 참으로 겸손하다는 것을 보고 싶다. 대통령이 좀더 겸손했으면 좋겠다. 관리들이 제발 겸손했으면 좋겠다. 금융기관이, 기업가가, 노조가, 그리고 온국민이 하나같이 겸손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번에 탄생하는 대통령 당선자가 「내가 드디어 대통령이 되었노라」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앞에 겸손한 모습으로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 겸손한 사람은 강하다. 더 낮은 곳으로 갈 데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전쟁같은 위기에 우리가 참으로 겸손해진다면 기필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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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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