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이론이 바뀐다(장기호황 미국경제)

◎고성장­저인플레 “기현상”/실업­임금 동반하락 등 기존이론·모델 뒤집어/자본주의 고질적 병폐 경기 사이클도 사라져【뉴욕=김인영 특파원】 지난해말 전미경영학회(NABE)가 저명 경제학자, 경영인 등 44명을 상대로 경제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설문조사한 적이 있었다. 응답자중에서 금명간 미국 경제가 후퇴하거나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욱이 응답자 대다수가 「예측가능한 미래」에까지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90년 3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장기호황은 기존의 경제 모델과 이론을 부정하고, 새로운 파라다임을 형성하고 있다. 경제학계에서도 미국 경제의 예측치 못한 결과를 설명하려면 새로운 시각과 이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할수 있는가, 성장이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던 과거의 파라다임이 소멸됐는가, 실업율이 하락하는데 근로자의 임금이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 등이다. 미국 경제계에 던져진 논쟁중 하나가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경기사이클 종식론이다. 전미 경영학회의 설문조사처럼 미국의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들 사이에 더이상 불황은 없으며,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던 경기사이클도 사라졌다는 새로운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연방정부의 안정적 거시경제 정책으로 급격한 통화팽창은 없을 것이며, 기업들이 적정한 수요예측을 통해 공급량을 제어할 역량이 있으므로 생산과잉에 따른 대공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 경기사이클 학회의 조프리 무어 연구원은 『경기 사이클 진폭이 약화되면서 유순하게 진행할뿐 사이클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면서 주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호황이 가져온 또다른 논쟁은 「신성장 이론」이다. 아담 스미스 이래 고전경제학은 오랫동안 자본·노동·토지가 생산의 3대 요소를 지칭해 왔지만, 스탠포드대의 폴 로머 교수(41)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이 경제 성장의 원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머 교수의 신성장이론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같은 하이테크 산업이 눈부신 성장이 호황을 주도하는 현상을 명쾌히 뒷받침하고 있다. 로버트 솔로우, 폴 크루그먼 스타급 경제학자들도 썩 마음이 내키지 않지만 그의 주장에 일견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신성장이론이 현재 미국 호황의 일정부분을 설명하는데 어느정도 적합할지 모르지만, 동아시아국의 고도성장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또 기존의 이론이 기세등등했던 일본과 독일 경제가 90년대 들어 휘청거리고 침체에 빠졌던 미국 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는 배경을 연구하는데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수석 경제자문교수였던 조셉 스티글리츠 등 이른바 수정경제학자들은 일본과 독일 경제의 실패 원인을 정부가 경제활동에 잘못 개입한데 있으며, 미국의 자유방임주의 경제체제가 결국 승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73년 오일쇼크 이후 20여년간 미국 경제학계에 드리운 비관론이 사라지고, 미국 경제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낙관론이 팽배한 것도 새로운 분위기다.

관련기사



김인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