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겉도는 통신정책] <중> 변함없는 공급 만능주의

'등 떠밀기식 투자' 독약될수도<br>시장 불확실한데 정부선 무작정 강요<br>수급불균형 등 부작용…업계 큰 부담


[겉도는 통신정책] 변함없는 공급 만능주의 '등 떠밀기식 투자' 독약될 수도시장 불확실한데 정부선 무작정 강요수급불균형 등 부작용…업계 큰 부담 한영일 기자 hanul@sed.co.kr 국내 통신산업은 세계 최초의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상용화 및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앞세워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첨단 통신 서비스가 잇달아 쏟아지면서 ‘통신 과소비 현상’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는 한편, 업체들은 신규 서비스가 기존 서비스 매출을 갉아먹는 이른바 ‘식인종 현상(Cannibalization)’으로 고민중이다. 하지만 정통부는 마냥 ‘고(go)’를 외친다. CDMA 성공 신화를 이어가려는 일념으로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업체들은 “시장이 불확실한데 어떻게 무작정 투자를 하느냐”며 볼멘 소리만 할 뿐이다. ◇통신소비는 한계에 임박=올해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은 지난해보다 4%가량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다. 유선통신시장에서 1위를 지키는 KT의 올해 매출은 11조7,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7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통신시장 1위 업체인 SK텔레콤도 느긋한 입장이 아니다. SKT는 3수(修)끝에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통신시장이 포화 또는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통신업체들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보다는 불법 휴대폰 보조금 등을 통해 경쟁사의 가입자를 빼내는 데만 치중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투자 압력=통신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정부의 규제 하나 하나가 수익성과 직결된다. 통신업체들은 정부를 의식해 마지못해 투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통신 수요가 공급을 압도할 때는 이런 투자가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도 정부는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한다. LGT가 동기식 IMT2000에서 과감히 ‘반기’를 든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문제는 휴대인터넷 등 차세대 통신사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자칫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KT와 SKT가‘와이브로 세계 첫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서로 미룬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와이브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정부-장비업체-서비스社 삼각편대‘삐걱’=한국은 CDMA 성공에 힘입어 통신강국으로 올라섰다. 정부, 장비업체, 통신서비스업체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기에 이런 성공이 가능했다. 정부는 표준 문제 등 정책 방향을 정하고, 서비스 업체들은 여기에 맞춰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장비업체는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와 단말기를 공급하고, 여기에서 쌓은 역량을 수출로 연결했다. 하지만 CDMA 서비스가 자리잡은 후 이런 유기적인 협력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서비스 업체들에게 무리한 투자를 요구하고, 장비업체들도 ‘수출’이라는 명분아래 서비스업체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한다. 서비스업체들도 마지 못해 시장 수요를 외면한 설익은 상품들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빚어졌다. 국내 통신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통신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시장의 수요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국내의 경우 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해 시장과 괴리된 투자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07/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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