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월 15일] 홍콩 사법수장의 우려

홍콩은 독립적인 사법부에 의해 시민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가 보장된다는 면에서 중국 본토와 구별된다. 홍콩 사법당국의 수장인 앤드루 리 종심법원 수석법관(대법원장 격)이 지난 11일 공개석상에서 사법당국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은 많은 사람이 귀담아들을 만하다. 리 수석법관은 이날 신년연설에서 "홍콩의 독립적인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기본법(홍콩의 미니헌법)을 충실하게 지키는 데 핵심적인 제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적 권리와 자유는 (사법부에 의해) 충분히 보장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청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리 수석법관의 발언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있다. 홍콩의 기본법이 보장하는 많은 권리들은 지난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부터 점차 침해를 받아왔다. 리 수석법관은 1999년 1월 둥?화(董建華) 당시 행정수반의 요청에 따라 홍콩인이 중국 본토에서 낳은 아이도 홍콩시민이 될 수 있다며 '거류권(right of abode)'를 확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이에 반발, 판결을 다시 해석해 제한적으로만 집행했다. 중국 정부는 2004년에는 홍콩 정부가 2007년 행정수반 선거와 2008년 입법원 선거에서 국민이 참여하는 직접선거를 시행할지 여부를 선택하도록 허용한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않았다. 최근 중국 정부의 홍콩 내정간섭은 강화되는 추세다. 장샤오밍(張曉明) 중국 국무원 홍콩ㆍ마카오 판공실 부주임은 지난해 말 "마카오 사법부는 행정부ㆍ입법부와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홍콩 사법부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다. 리 수석법관은 이에 대해 이날 연설에서 "(입법권ㆍ행정권에 대한) 사법권의 협력은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홍콩은 관습법 위주의 현행 사법제도를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리 수석법관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해인 1997년 취임해 13년째 사법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오는 8월까지만 재직하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는데 누가 그의 뒤를 이을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그는 13년간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후임자를 위해서 많은 것들을 준비해놓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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