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인플레 통제 못하면 또다시 수렁"

■ 잘나가던 美 경제 이상징후<br>9월 '백만장자 지수' 사상최저…부자들 보따리?<br>GM·HP 대규모 감원…정부도 몸집줄이기 나서<br>"인플레압력 있지만 성장세 유지할 것" 전망우세


‘메리 포핀스’의 환상이 사라지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모든 분야에서 나쁜 것 없이 모두 좋다는 의미로 ‘메리 포핀스 경제’라고 불리던 미국경제에 최근 들어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고용ㆍ생산 등 각종 지표들에 빨간불이 켜졌고 기업들도 경기둔화에 대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경기하락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미국정부와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경제의 성장기조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상기류 확산=지난 8월까지만 해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경제가 최근 예상을 크게 밑도는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9월 ISM서비스지수는 전월보다 12.3포인트 급락한 53.3에 그쳤다. 이는 2003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97년 조사가 실시된 후 가장 큰 낙폭이기도 하다. 하루 앞서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와 8월 개인소비도 각각 13년과 4년래 최저를 기록하는 등 10월 이후 발표되는 지수들이 대부분 크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경제에 이상기류가 감지되면서 기업과 정부도 몸집 줄이기를 서두르고 있다. 모토롤러는 이날 1,9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으며 뉴올리언스도 공무원 수를 3,000명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델타(3,000명)ㆍ휴렛패커드(HPㆍ1만4,500명)ㆍ코닥(2만5,000명)ㆍGM(2만5,000명)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감원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9월 들어 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해고자들은 7만1,836명으로 8월에 비해 1.8% 증가했고 올들어 9월까지의 누적 해고자도 78만3,652명으로 지난해보다 11%나 늘어났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내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큰손은 이미 ‘보따리’ 준비=미국경제에 파열음이 들리면서 투자자들은 이미 보따리를 쌀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CNN머니에 따르면 미국 백만장자들의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백만장자지수가 9월 사상 최저 수준인 5로 떨어졌다. 이는 8월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며 연초에 비해서는 무려 4분의1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특히 응답자 중 가장 많은 15%가 ‘재정목표 달성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미국경제를 꼽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실업률도 전월 4.9%에서 9월 5.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용상황도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웨스트우드홀딩스의 데이비드 스피카 주식투자분석가는 “소비자들이 높은 에너지비용과 이자율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소비는 줄어들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정부의 통제선을 넘어설 경우 미국경제가 또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FRB, 인플레 우려 불구 경제 건강=하지만 미국정부나 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아직 경제는 성장기조에 있다는 기본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토머스 회니히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일 “근원 인플레이션이 아직 긍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단지 에너지 가격이 조만간 하락하기 힘든 만큼 이에 대한 통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토니 산토메로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 역시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FRB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시장의 신뢰는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지수와 같이 발표된 ISM제조업지수가 여전히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실업자수도 전월에 비해서는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3%나 감소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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