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독도는 어디에

송영규 기자<국제부>

“일본에서는 다케시마, 한국에서는 독도로 알려진 섬.” 일본 시마네현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면서 한ㆍ일 관계가 극도의 긴장상태로 빠져든 가운데 한 외신이 16일 보도한 내용이다. 이 외신은 국제법상 엄연한 우리 영토인 ‘독도’를 일본에서는 ‘다케시마’로 불리고 한국에서는 ‘독도’로 불린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겠다는 태도다. 대부분의 외신들이 ‘독도’를 ‘독도’만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독도를 먼저 명명한 곳도 별로 없다. 모두 ‘독도 또는 다케시마’가 아닌 ‘다케시마 또는 독도’로 쓰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신들은 동해를 ‘일본해’라고 칭하고 봐주듯이 옆에다 ‘(동해)’라고 보도했다. 우리의 앞바다가 졸지에 ‘일본해’로 둔갑한 것이다. 정부는 틈만 있으면 ‘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영토이기 때문에 괜히 대응했다가 분쟁에 휩싸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그리고 ‘조용히’만을 강조해왔다. 정부가 이러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안 ‘독도’는 ‘다케시마 또는 독도’로 됐고 ‘분쟁지역’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리고 결국 ‘다케시마의 날’ 제정이라는 극한까지 몰리게 됐다. 물론 정부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독도 입도 허용’ 등과 같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또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독도’는 현재의 한ㆍ일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그동안 일본과의 관계를 의식해 뒤로 미뤄왔던 청산 과제들을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재논의하는 등 한ㆍ일 관계를 ‘건강한’ 관계로 재정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대’와 ‘강제 징용’ ‘원폭 피해자 보상’ 문제는 그중 하나다. ‘역사 복원’과 ‘진상 규명’이 진정한 한ㆍ일 관계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어 보인다. 우리의 땅까지 빼앗기면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진정한 한ㆍ일 관계는 ‘양보’와 ‘은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해소’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모이는 할머니들을 볼 때마다 ‘침묵’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돌아보게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