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어린이 배우들에게도 관심을

지난 가을부터 열린 각종 영화제와 영화 시상식장에는 영화배우 원빈이 김새론 양의 손을 꼭 잡고 함께 입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은 새론 양을 지켜주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고 개봉 후 각종 행사에서도 영화에서처럼 어린 여주인공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 '하모니' '파괴된 사나이' '아저씨' '워리어스 웨이' '심장이 뛴다' 등 올해 한국영화 중에는 부성애나 모성애를 소재로 만든 영화가 많았다. 이들 영화는 당연히 어린이들의 배역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힘든 현실에서도 자식에게 쏟는 엄마의 마음에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고 나쁜 세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맹활약하는 어른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영화를 위해 몹쓸 짓을 당하거나 부당한 취급을 받는 장면을 연기했던 어린이 배우들로 눈을 돌려보자. 당연히 부모의 동의하에 촬영이 진행됐고 감독 이하 스태프의 보호를 받으며 출연했겠지만 개봉 후에는 관객이나 영화 관계자의 관심 밖 대상이 됐다. 엄마를 잃고 납치돼 헤로인 제조에 이용되거나 이유도 모른 채 유괴돼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 등을 연기했던 어린이 배우들에게 잠재적으로 남겨진 상처를 우리는 얼마나 헤아려 봤을까. 영화 선진국에서는 영화를 촬영하는 중에는 물론 촬영을 마치고 오랜 시간 동안 어린이 연기자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를 비롯해 여러 방법으로 돕는다. 이는 스스로 연기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성인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런 선진국의 시스템이 부러울 뿐이다. 흔히 감독들은 "어린이나 동물이 출연하는 영화는 연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새해부터는 어린이가 출연하는 영화를 '책임감이 뒤따르는 영화'라고 소개하는 영화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케팅의 한 방편이건 아니건 간에 영화 속에서와 현실의 레드카펫에서 모두 새론 양을 지켜주는 원빈처럼 영화를 마치고 돌아온 현실 세계에서 어린이 배우들을 지켜주고 살펴주는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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