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13일]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자

평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학력평가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각종 시험에 시달리는 학생들이나 승진 등을 위해 끊임없이 업무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평가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평가를 받는 대상만큼이나 평가를 하는 사람도 평가를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끈끈한 정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그러나 조직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일정한 평가를 통해 자신의 성과를 측정하고 증명해야 하는 것 또한 분명한 현실이다. 업무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중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가 결과가 좋지 않게 나타날까 봐 우려하는 동시에 지나치게 좋게 나타날까 봐 우려하기도 한다. 본인의 업무성과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다면 이는 개인의 만족도를 떨어뜨림으로써 조직 전체의 업무효율성을 하락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조직원의 개별 업무수행능력을 높여 조직 발전을 유도하려는 평가의 원래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셈이다. 반면 지나치게 후한 평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자칫 잘못해서 함께 일한 동료들을 제치고 공을 가로챘다는 인상을 주거나 '생색내기용'으로 업무처리를 했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역시 다른 조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팀워크를 방해함으로써 평가의 본래 기능을 퇴색시키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개인과 조직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평가를 실시할 수 있을까. 바람직한 평가란 결국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고 향후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평가에 대한 해답은 바로 바람직한 성과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에서 연구발전된 '촉매적 코칭(catalytic coaching)' 제도는 우리나라의 성과관리 제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촉매적 코칭이란 팀장의 조언과 격려에 중심을 둔 개인 성과관리 제도로 직원을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업무의 주인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팀원들은 업무목표와 계획을 수동적으로 지시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업무목표와 일정, 자기계발 계획을 수립한다. 이렇게 수립된 연간 업무계획서를 팀장에게 제출하면 팀장은 피드백 의견서를 주고 팀원들은 다시 세부실행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팀원들은 매월 정기적인 성과면담을 통해 조직의 선배이자 업무 코치인 팀장에게서 업무 조언을 받게 된다. 중간에 목표나 계획을 바꿀 만한 상황이 벌어져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 팀장과 충분한 피드백을 주고받아왔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한 사유를 정확히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촉매적 코칭 제도가 도입되면 평가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이나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은 각자의 몫이지만 월별로 업무 이력관리기록과 누적된 부서장의 조언이 그간의 업무성과를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이때의 평가란 어느 날 갑자기 툭 하고 떨어지는 돌발상황이 아니라 일 년 동안 스스로 기록한 업무 히스토리의 결과물인 것이다. 조직·조직원 윈윈효과 내게 상대적으로 성과관리에 느슨할 것 같던 공공기관도 정부의 선진화 정책에 부응해 체계적인 성과관리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성과가 부진하다고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의 부재 때문이다. 조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성과관리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자. 스스로를 평가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평가가 두려울 수밖에 없지만 자신을 성과의 주인으로 인식한다면 평가에 당당할 수 있다. 올바른 성과주의, 조직과 조직원이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는 평가 제도가 정착된다면 공공기관의 경쟁력, 나아가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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