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발자취

이상철 장관이 지난 7월 정보통신부의 수장에 올랐을 때 학계나 업계 모두 그의 취임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오히려 그의 임기가 사실상 정권 교체기까지 7개월 정도인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이 장관이 이처럼 '준비된 장관'으로 불리는 것은 그의 화려한 경력을 들여다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그가 직장인으로 첫 발을 내디뎠던 곳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세계의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인 이곳에서 76년부터 통신위성 설계 담당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82년 귀국후에도 그는 줄곧 IT 산업의 중심부에 있었다. 10년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차기 전술지휘통제체계 자동화 프로젝트에 참여, 통신을 군 작전영역으로 확장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1년 KT로 자리를 옮긴 이후부터는 그는 경영자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연구개발단 책임연구원을 거친 이후 승진을 거듭, 97년 자회사인 한국통신프리텔 사장에 올랐다. 한솔PCS와의 성공적인 합병을 통해 KTF를 안정적 경영기반 위에 올려놨으며, 이 공로로 2000년에는 펀드매니저들이 뽑은 CEO부문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CEO로서 그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은 지난해 1월 KT그룹의 수장인 KT사장에 오르면서부터. 공기업인 KT에 대대적인 내부 혁신을 추진하는 한편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경영전략회의와 투자조정위원회를 도입했다. 특히 단순한 초고속인터넷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KT를 단순한 전화사업자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IT업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CEO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가 1년6개월여의 KT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장관에 취임하자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이 KT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을 만큼 '이상철은 곧 KT'란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 장관은 화려한 명분 보다는 IT산업 발전이라는 실리를 택하는 실사구시형 인물"이라며 "최근 IT 투자 확대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도 오랜 기간 기업체를 경영해온 그의 직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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