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거친 산길 오르며 한국 기백 떨칠게요"

양정고 개교100돌 기념 에베레스트 등정 고인경 단장

고인경(62) 파고다아카데미 회장

“히말라야의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올라 모교 후배는 물론 많은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과 대한민국의 기백을 불어 넣어주고 싶습니다.” 최초의 고교 산악부 설립 등 한국 산악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양정고가 개교 100주년을 맞아 13명의 산악부 동문을 모아 에베레스트(8,850m)-로체봉(8,516m) 등정에 나섰다. 양정고 총동창회장이자 원정대 단장인 고인경(62) 파고다아카데미 회장은 지난달 말 히말라야로 출발한 선발대에 이어 이달 초 후발대로 떠나기에 앞서 “단일 산악회의 에베레스트 등정은 국내 최초”라며 “폭풍설과 혹한을 뚫고 지구의 용마루 위에 성공의 깃발을 꽂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원정기간은 오는 5월 말까지 예정돼 있다. 20년 전인 지난 84년의 에베레스트 등정 실패 때와 달리 훈련과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그는 등정에 성공한 뒤 엄홍길 대장이 이끄는 휴먼원정대와 만나 설산에 묻혀 있는 동료대원의 시신을 고국으로 운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휴먼원정대 단장도 맡고 있다. 휴먼원정대는 지난해 5월 에베레스트를 오르다 숨진 박무택ㆍ장민ㆍ백준호씨의 주검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네팔에 도착, 본격적인 등정을 준비 중이다.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로 한 군데도 아닌 두 군데에서 동시에 원정대 단장을 맡은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 회장의 산에 대한 열정과 산악계에 미친 영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93년 허영호씨가 에베레스트를 등정할 때 원정대장을 맡는 등 일곱 차례의 히말라야 등반 경험을 갖고 있는 그는 남극탐험대장(94년), 안나푸르나 원정대 단장(96년), 캉첸중가 원정대장(2000년), K2 원정대 단장(2000년) 등을 지내며 대한민국을 산악 강국으로 일군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90년 초부터 아무 조건 없이 엄홍길씨를 물심양면으로 도와 2000년 7월 세계에서 8번째로 히말라야의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완전 등정한 과정은 국내 산악계에 길이 남을 ‘역사’로 통한다. 지난해는 환갑을 기념해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5,896m)를 등정했을 정도. 현재 한국 히말라얀클럽 명예회장직도 맡고 있다. 하지만 고 회장이 평생 산과 함께한 것은 아니다. “양정중 2학년 때 산악부에 가입해 처음으로 산을 접했습니다. 하지만 중ㆍ고교 시절의 혹독한 훈련 탓에 대학입학과 동시에 산과 담을 쌓았지요. 그러다 40대 초반에 과로로 쓰러진 뒤 아내의 권유로 다시 산을 찾았고 50대 초 학교폭력으로 고3 큰 아들을 잃은 뒤 슬픔을 삭히기 위해 아예 산에 매달렸습니다.” 하늘에 있는 아들 곁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정상을 향해 무작정 매진했다는 그는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며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한국 산악계에서 ‘거산(巨山)’으로 통하는 고 회장은 학원가에서도 큰 명성을 얻고 있다. 외국어학원 중 국내 최대 규모인 파고다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전국 14곳에서 5만여명의 수강생과 1,200여명의 강사를 통해 연간 500억~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양대(교육학과) 재학 시절 과외강사를 하다 적성에 맞아 학원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용기와 포기하고 싶을 때 꾸준히 강행하는 인내, 등정 뒤에 남는 넉넉한 마음 등 산으로부터 배운 깨달음 덕분에 사업하면서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산행에서 배운 철학이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UN경제사회이사회 아동구호기구에서 해왔던 국내외 아이들을 돕는 일과 산에서 숨진 산악인의 유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더욱 신경 쓸 계획이라는 고 회장은 매일 아침 ‘내 생명 조국을 위해’라는 액자가 걸려 있는 20층의 집무실까지 걸어 오르듯이 지금 이순간 10시간씩 눈보라를 헤치며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