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공파업 뭘 남겼나] 민영화 합의못해 공공개혁 일정 차질

경제피해등 여론부담…노사 '서둘러 불끄기'전국적인 교통ㆍ물류대란을 초래했던 철도ㆍ발전ㆍ가스 등 국가기간산업의 연대파업이 27일 오전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는 엄청난 경제적 피해와 국민 불편으로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 노사가 서둘러 봉합한 결과다. 하지만 가장 논란이 됐던 민영화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없는데다 인력충원 규모 등을 못박지 않아 앞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 왜 서둘러 합의했나 노사가 사태를 이틀 만에 종결한 것은 파업이 길어질 경우 공멸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상초유의 국가기간산업 동시 파업으로 국민불편은 물론이고 국가경제와 대외신인도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노조측은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대응 방침과 비난여론에 밀려 서둘러 협상을 타결지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가스공사 노조가 파업 첫날 협상타결을 선언함으로써 연대파업 전선에 균열이 생긴데다 근무인력의 피로 누적에 따른 대형사고 우려가 제기되고 공권력 투입 임박설이 나돌면서 조합원 내부 결속력이 이완될 조짐을 보인 것도 노사간 합의를 재촉했다. ◇ 노사의 이해득실 이번 파업으로 국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사실에 비해서는 노사 모두 얻은 게 별로 없다. 노측이 가장 큰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민영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사가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에 대해 공동노력 한다'는 어정쩡한 문구로 타협했다. 이는 당초 노측이 주장했던 '민영화 철회'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또 역시 핵심 쟁점이었던 '해고자 복직'도 2000년 12월 노사정합의 정신(인도적 차원에서 해고자 복직 권고)에 따라 한국노총 위원장과 노사정위원장, 철도노사가 주체가 돼 오는 9월말 이전에 합의 처리키로 했으나 25일 파업 돌입 당시 요구사항 이었던 '해고자 58명 복직' 요구와 비교할 때 대폭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손학래 철도청장이 "복직은 안되지만 산하단체에 취업을 알선해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데다 시한을 올 9월말로 정함으로써 앞으로 해고자 처리 문제가 탄력을 받게 된 점은 노조측 입장에서는 그나마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파업 때마다 관례처럼 되풀이돼온 노조 간부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등 선처 약속이 이번 합의문에서 빠진 것도 노조에게는 큰 부담이다. 그러나 정부도 파업돌입 직전 "명분이 없어 파업까지는 안갈 것"이라며 잘못된 판단으로 안이한 대응을 한데다가 부처간의 공조부재로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파업으로 공기업 민영화 등 공공개혁 일정도 다소 차질이 우려된다. ◇ 향후 과제 민영화에 대해 합의문에서는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에 대해 공동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민영화원칙 불변'과 노조의 '민영화방침 철회' 주장을 절충한 선언적 문구로 앞으로도 두고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민영화는 확고한 정부의 방침이기 때문에 단체협상과정에서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합의문에 '공공적 발전에 노력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을 볼 때 이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또 3조2교대제 도입과 관련, 6개월 내에 경영진단용역과 시범운영을 거쳐 2003년~2004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했지만 인력충원 규모 등에 관한 명확한 문구가 없어 앞으로도 예산확보 등의 과정에서 노사간 논란의 소지가 남아있다. 또 2만3,000여명의 철도노조를 자기쪽으로 끌어안으려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간이 선명성 경쟁을 벌인 것이 파업을 유발한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을 놓고 볼 때 양대 노총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가 노동계 내부의 역학관계와 춘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오철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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