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글로벌 포커스] 노동자 집단 자살… 빈곤층 칼부림… 中 호된 '성장통'

"군대식 감시등 비인간적 근로조건이 자살 급증 원인"<br>경제 성장서 소외된 계층 사회적 불만 갈수록 커져<br>저임금 기반 산업모델 한계… 계급갈등 해소 과제로


중국이 '성장통(痛)을 앓고 있다. 중국은 이제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떠올랐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의 위상은 크게 강화됐다. 이제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정도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을 바탕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천연자원 사재기에 나서는가 하면 주요 관광지에서는 '통 큰 중국인'의 이미지를 쌓아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그야말로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한 꺼풀 속으로 들어가면 사회적 불안 요인이 비등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본 포도밭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는 '분노의 포도'가 여기저기서 무르익고 있다.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계층 갈등은 중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사회적 숙제'인 셈이다. 대만기업 팍스콘의 중국 현지 공장에서는 올 들어서만 총 10명의 근로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전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무차별적인 '묻지마 칼부림'도 끊이지 않아 중국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이런 집단 자살과 '묻지마 칼부림'의 배경에 개혁개방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의 불만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중국의 사회 개방이 확대되고, 개혁개방의 수혜 세대가 성인으로 사회에 진출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불만이 파도처럼 확산되는 양상이다. 팍스콘 노동자들의 자살은 한 건을 제외하곤 모두 중국의 최고 부유층 밀집지역이라 할 수 있는 선전 인근에서 발생했다. 올해 발생한 칼부림 사건도 한 건을 빼면 모두 개혁 개방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연안 지역에서 일어났다. 올들어 팍스콘 근로자의 전체 자살 기도 건수는 13건이었다. 중국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10만 명 당 15명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칼부림 사건과 마찬가지로 올 들어 자살 건수가 급증함에 따라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인간적인 근로 조건을 자살 급증 배경으로 꼽고 있다. 팍스콘 초임 노동자들의 임금은 선전의 최저임금 수준인 월 900위안(132달러)이다. 이런 급여로는 생활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시간 당 1.5배를 더 받을 수 있는 초과근무를 택한다. 하루 12시간 2교대로 6일을 꼬박 일해 벌어들이는 돈은 2,000위안(293달러) 수준. 자살 기도가 끊임없이 일어난 룽후 공장은 30만명이 근무하는 공단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단지 안을 두 개의 고속도로가 관통할 정도로 규모 자체가 엄청나다. 외신들은 "들어서자 마자 여권을 압수하고, 곳곳에 감시 초소를 세워 둘 정도로 도시 전체가 '군대식'이며 거주 노동자들의 삶은 친구조차 사귈 시간이 없는 '기계 부품'에 가까워 보였다"고 전한다. BBC 인터뷰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휴식시설이 있지만 시간에 쫓겨 이용할 수 없다. 사업장에서는 옆 사람과 대화도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상대적 빈곤감은 이들의 삶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 뿐 아니라 불만을 고조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평가된다. 미국 사회가 중남미ㆍ흑인 등 '이민자'를 통해 저가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개발에서 소외된 중국 내륙 지방 출신자들이 대거 해안지역으로 '이주'해 오며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팍스콘은 애플ㆍ소니ㆍ델ㆍHP 등 전세계 정보기술(IT)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상품을 생산하는 수탁제조(EMS) 업체로 초저임금 덕분에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이 회사 근로자들은 자신의 월급으로 이런 첨단 IT 제품을 사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특히 룽후 공장 인근에 자리잡은 선전의 경우 국제 금융도시인 홍콩과 불과 10분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선전은 중국 본토에서 가장 많은 돈이 몰려 있는 지역이자 홍콩인들이 주말을 보내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웬만한 근로자의 한 달 월급으로는 선전에서 유흥비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일부 근로자들은"물가가 너무 비싸서 선전에는 갈래야 갈 수 없다"고 말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팍스콘 노동자들의 90% 이상은 주로 18~24세의 젊은이들이다. 중국이 경제 개혁을 시작한 뒤 태어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 근로자는 BBC 인터뷰를 통해 "자살에 따른 임금인상은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우리들은 단지 돈이 필요하고, 자금 압박이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FT 인터뷰에서 허난성 출신의 한 노동자는 "(고향에 있는) 아버지는 내가 직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더 나은 자리가 있다면 곧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팍스콘의 자살자가 불과 3명에 불과했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로이터통신은 "팍스콘 내부에서 노동자가 자살할 경우 가족들에게 무려 10만 위안(1만5,000달러)을 지급한다는 루머가 떠돌았다"며 "이 같은 액수는 가족 경제를 책임진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자살 동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사형이 처음으로 집행된 '묻지마 칼부림'의 가해자 쉬위위안(徐玉元ㆍ47)도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분노'를 범행 원인으로 돌렸다. FT는 "이전 세대들은 부(富)의 축적을 위해 고통을 감내했지만 신세대들은 20여 년에 걸친 개혁개방의 결과로 뿌리를 내린 빈부 격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중국에 나타난 사회적 변화는 노동자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산업 모델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도 "결국 더 많은 사회적 자유를 허락하지 않고 통제ㆍ폐쇄형 구조에 머물러 있는다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신호"라며 "산업혁명기를 통해 인류가 배운 교훈 역시 여전히 현재형으로 유효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中 노동시장 불안, 세계경제 발목잡나



혼다 공장 파업 계기로 잇단 임금 인상 움직임
글로벌 기업들 脫 중국
공산품 공급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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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중국 현지 공장 파업을 계기로 중국의 노동시장 불안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또 다른 걱정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중국의 노동시장 불안에 따른 임금 인상이 전세계 공산품의 공급 기능을 좌초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질 지, 앞으로 중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무산시키지 않는 선에서 계속 유지될 수 있을 지 우려된다고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에서 파업 자체가 흔치 않은데도 파업으로 최근 4개 합작 조립공장의 생산활동이 전면 중단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중국 당국의 묵인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에 발생한 파업이 당장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IHT는 중국이 수출 기반을 좌초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임금인상을 통해 경제의 다른 한 축인 내수 기반을 탄탄히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낮은 임금을 찾아 중국으로 몰려든 글로벌 기업의 탈(脫) 중국 러시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중인 글로벌 기업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전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홍콩 소재 미국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섬유에서 신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들이 임금인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혼다는 현재 임금 인상을 통해 사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파업근로자들이 제공한 문건에 따르면 혼다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을 50%까지 끌어올린 것을 비롯해 갈수록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혼다는 전체 근로자 1,900명의 약 절반가량인 고교 및 직업학교 졸업자들의 훈련수당을 월 132달러에서 202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숙련 근로자의 월 임금도 220달러에서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임금 인상 요구가 쏟아지는 곳은 비단 혼다만이 아니다. 팍스콘도 올들어 발생한 잇단 근로자 자살사건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임금을 약 20% 인상하기로 했다. 주강 삼각지에 있는 소재 기업들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은 지난 5년 사이에 이미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띠리 저학력 노동자들과 대졸자들의 임금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잇단 대학증설로 고급인력 과잉현상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대졸 취업자들의 임금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중국의 한 대기업 대표는 "10년 전 컴퓨터 공학 졸업자에게 월 4,000위안(약 585달러)의 임금을 지급했으나 현재는 3,500 위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최근 조사에서 대졸자 5명중 1명이 "돈을 받지 않고도 일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취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병도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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