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미로(迷路)를 헤매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 둔화, 고유가 등 증시의 기저에 줄곧 깔려있는 `항수'(恒數)에더해 북한 핵과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등 `변수'(變數)가 부각되면서 방향성을 상실한 채 혼돈에 빠져든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각종 악재가 산적해 있음에도 일정 수준 내성을 유지하고 있는 현증시 상황을 `살얼음판'에 비유하고 있다.
◆지수, 시나브로 뒷걸음질 =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장 초반강보합세를 띈 것을 제외하고는 내내 보합권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2.17포인트 빠진921.21로 마감했다.
이로써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6일 940선을 회복한 뒤 4일 연속 하락, 2.09% 미끄러졌다.
코스닥지수도 하루종일 강보합세를 보이다 2.68포인트 오른 428.2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그러나 지난 29일 이후 430선에 묶인 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각종 악재가 산적해 있음에도 증시가 굳건히 버티는 양상을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증시 상황이 개선될 요인 또한 전무한 실정이어서 전반적으로 약세에서 탈피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 각종 악재에 `무덤덤' = 세계 경제가 좀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와중에 북한이 폐연료봉 8천개를 인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증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가시권으로 접어든 위안화 평가절상은 물론 금융통화위원회의 콜 금리 동결도 이날 증시 상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콜금리 동결은 이미 예견됐던 사안"이라면서"위안화도 절상폭이 3∼5%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이어서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북한 핵도 이미 지난 2002년 10월부터 계속 제기됐던 사안이어서 시장이 둔감해졌다"면서 "북한이 실제 핵 실험에 나서야 반응을 보일 정도"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북한 핵 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증시가 패닉에빠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다.
삼성증권은 이날 `북핵 위기와 주식시장'이라는 이슈보고서를 통해 `북핵 6월위기설'의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북한이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미국이강경책으로 대응할 경우 증시가 패닉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루한 장세 지속될 듯 = 현 증시 상황이 모멘텀으로 작용할 요소를 찾기 어려운 만큼 상당기간 지루한 박스권 등락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위안화 평가절상도 북핵 문제와 더불어 불확실성으로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어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신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위안화 절상 문제는 이미 시장에 상당부분 반영이 된 상태이나 절상폭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악재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어서 6월까지는 지수가 박스권 등락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다만 3.4분기들어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전환하고 국내 내수지표의 회복세가 확인되면 상승장세를 기대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