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을 휩쓴 영국 진공청소기

출범 10년이 채 안된 영국의 중소기업이 만든 진공청소기가 단 2년만에 미국 시장을 휩쓸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언론은 24일 영국 진공청소기 전문업체인 '다이슨'이 100년 전통의 미국토종 진공청소기 업체인 '후버'를 압도하며 진공청소기 시장의 최고 강자로 떠올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더 타임스 등 일부 신문은 비틀스가 40년 전 미국을 휩쓴 이래 처음으로 '메이드 인 유나이티드 킹덤'이 미국을 정복했다며 극찬하고 있다. 사회 간접시설의 노후화와 높은 임금, 연구개발 투자의 상대적 부족, 제조업 공동화 등으로 영국 산업계는 사실상 미국 정복을 포기한 지 오래였다. 같은 영어권임에도 영국 가수의 미국 진출은 신통치 않았고 '막스 앤드 스펜스'등 영국을 대표하는 소매 유통기업들도 '월 마트' 등 미국의 세계적인 기업에 눌려기를 펴지 못했다. 영국 언론은 이런 가운데 작은 중소기업이 기술 하나만으로 미국의 거대 경쟁업체를 이기고 시장을 평정했다며 '다이슨 성공 스토리'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이 잉글랜드의 시골 지방 윌트셔에서 진공청소기 전문업체 다이슨을 창업한 것은 1993년. 빨아들인 먼지를 봉투에 보관하는 기존의 진공청소기가 소음이 많고 먼지가 쌓이면 효율이 떨어지고 먼지 봉투가 오히려 곰팡이, 박테리아, 진드기의 온상이 된다는 점에 착안, 5천100번 이상 실험을 거듭한 끝에 세계 최초로 먼지 봉투가 필요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했다. 2년 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큰 돈이 없어 광고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다이슨 청소기는 입 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먼지 봉투를 사서 매번 갈아야하는 불편함이 제거된 데다 먼지 봉투를 대신하는투명 플라스틱 원통 속에 쌓인 먼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 청소 효율이 떨어지지않는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다이슨은 창업 10년이 되지 않아 영국, 호주, 뉴질랜드, 미국에서 판매 1위에올랐고 유럽과 일본, 러시아에서도 매출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아카데미상 수상 후보들에게 부상으로 다이슨 청소기가 주어질 정도로 명실상부한 청소기의 명품이 됐다. 제임스 다이슨 사장은 "제품의 97%가 이웃이나 친지의 권유에 의해 팔려 나간다"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는 것이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이슨의 작년 미국 매출은 1억300만파운드(약 2천억원). 2003년 대비 137% 증가세를 기록했다. 작년 판매대수는 89만1천대로 시장 점유율 21%를 기록하면서 약 1907년 출범한 후버를 젖히고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진공청소기 자리에 올랐다. 직립형 진공청소기인 다이슨은 후버 경쟁 모델(199달러)의 두 배가 넘는 개당 415달러의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1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올렸다. 제임스 다이슨 사장은 엄청난 성공에도 회사를 공개할 계획은 갖지 않고 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창업할 때 친한 친구들조차도 가망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를 거부했다"며 "당분간 최고의 명품 청소기를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이슨 사장이 미국 다음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그는 "중국인들도 소득이 늘어나면 고가 제품을 찾게 될 것"이라면서 "진입이 어렵지만 중국은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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