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가 이라크의 대외 부채 경감에 합의, 약 1,200억 달러 규모의 공공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이라크 경제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또 이들에 이어 이라크 최대 채무국인 일본 역시 이라크 부채 일부를 탕감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16일 프랑스와 독일이 내년에 이라크의 막대한 해외 부채 중 `상당규모의 경감(substantial reduction)`에 합의했다며 이는 미국이 반전국 진영의 최전방국가들로부터 협력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합의 직후 자끄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라크인들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부채 경감이 절실하다”며 “프랑스, 독일, 미국은 내년 파리 클럽 회의에서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러시아 유리 페도토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이라크 부채는 `파리 클럽`을 통해 재조정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포 이후 반전 국가들의 이라크 재건 협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라크가 현재 파리 클럽 회원국들에 지고 있는 채무는 총 210억 달러. 파리클럽에서 이라크의 채무 경감 조치가 이뤄질 경우 이라크가 600억 달러 이상을 빚지고 있는 중동 국가들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라크 채무 규모에 대한 추정은 분분하지만 그 중 가장 공정성을 얻고 있는 국제 전략 연구센터(CSIS)의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의 국가 채무는 470억 달러의 이자를 포함 1,27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걸프전 보상금(1,900억 달러)과 후세인 정권이 해외 기업들과 정부에 지불하지 않은 각종 계약금(570억 달러)등 을 합하면 이라크의 총 금융 부담은 무려 3,830억 달러. 전문가들은 이라크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이르는 이 같은 부채 문제가 상당 부분 경감될 경우 세계 2위 산유국이자 엄청난 천연 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이라크가 중동 경제의 `파워 하우스`로 부상 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이라크 재건 사업의 26개 원청 계약 입찰자 회의를 내년 1월로 연기했다. 당초 지난 11일로 예정됐던 회의가 19일로 연기된데 이어 두번째로 연기된 것. 부시 행정부는 앞서 미국, 이라크 및 동맹국 기업들에만 이라크 재건 사업 원청 계약 입찰 자격을 주고 반전국들은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킨바 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