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11일] 대가족과 소형 보금자리 주택

"담당 공무원한테 가족 6명을 데리고 들어와서 한번 살아보라고 하고 싶네요." 지난 9일 시작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현장에서 만난 한 무주택자 K씨는 청약 서류를 만지작거리다 한숨을 내쉬었다. 세 자녀에 노모까지 모시고 살아 가족이 6명이나 되는데 이날 특별 공급된 노부모부양 특별공급 주택형 대부분이 전용 60㎡ 이하 소형 주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보금자리주택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전용 84㎡형도 배정됐기는 했지만 이 물량을 받는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다. 특히 올해부터 신혼부부 특별공급(15%) 물량이 전용 85㎡ 이하까지 확대됐다. 반면 이번 특별공급에서 세 자녀 배정 물량은 34가구, 노부모부양 배정 물량은 17가구뿐이었다. 신혼부부에게는 노부모부양 물량보다 3배나 많은 52가구가 배정됐다. K씨는 "홀로 사시는 어머니 방은 따로 하나 빼드려야 할 것 아니냐"며 "왜 갓 결혼한 사람들보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배정된 물량이 더 적은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처음 도입한 보금자리주택이 다양한 특별공급 제도를 통해 무주택 서민들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약 제도를 들여다보면 K씨의 사례처럼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세 자녀와 노부모부양 특별공급 물량을 전체의 10%와 5%로 정한 것은 적정하다고 해도 모든 주택형에서 일괄적으로 이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전용 60㎡ 이하 주택의 경우 강남권에서도 미달이 나오고 있다. 당첨 가능성이 있어도 대가족이 들어가 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면적을 전용 85㎡ 이하까지 확대하면서 세자녀ㆍ노부모 부양 가족이 느끼는 상실감은 더 커졌다. 신혼부부 1순위 자격은 혼인 3년 이내에 자녀를 둔 부부로 지극히 평범한 조건이지만 세 자녀 1순위는 적어도 세 자녀 이상에 무주택기간 10년을 채워야 가능하다. 어렵게 신혼시절을 거친 이들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일일 수밖에 없다. 수많은 무주택 서민들이 이제 보금자리주택만 바라보고 있다. 저출산 대책을 국정과제로까지 내세웠다면 다자녀가구를 위한 주택정책도 이에 맞춰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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