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장고 끝에 패착 제7보(135~150) 흑35, 37은 일단 이렇게 이득을 취해놓는 것이 선수 이득이고 어떤 식으로든 상변의 흑을 살리기만 하면 무조건 흑승. 이렇게 조훈현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지극히 잘못된 것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이곳은 고성능 컴퓨터처럼 정밀한 수읽기가 필요한 곳이었다. 흑35로 하나 끊어놓는 것까지는 정확했다. 그 다음에 즉시 37로 따낸 수가 안일했다. 그 수로는 참고도의 1로 웅크리는 것이 정답이었다. 백이 2로 눈을 없애면 3으로 빳빳하게 올라서는 수가 교묘한 수순. 6의 자리와 7의 자리를 맞보아 확실하게 살아 있다. 이제는 백이 4로 연결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5가 선수로 듣는다는 점이 이 공방전의 포인트. 그렇다고 실전보의 37이 패착이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흑39가 최후의 패착이었다. 그 수로는 41의 자리에 먼저 두고 백이 가에 받으면 그때 39의 자리에 두는 것이 올바른 골인의 수순이었다. 실전보 39를 두기에 앞서 조훈현은 27분을 장고했는데 ‘장고 끝의 악수’에 해당하는 장면이었으니…. 실전은 백이 46에 끊어 잡는 수가 선수로 활용되었고 실전보 50으로 못질하여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도대체 27분이나 조훈현이 장고하고서도 패착을 골라 둔 데는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도대체 그가 겁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2-03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