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금융사 경쟁력에 대한 시각차

최근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금융상품 및 서비스 부문의 추가 개방 등 금융시장 변화를 앞두고 이를 바라보는 정부와 업계의 시각은 상반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규제를 개선해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자생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며 고무돼 있는 정부와 달리 금융 업계는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상품 및 서비스시장의 변화와 추가 개방에 대한 걱정이 크다. 예컨대 자본시장통합법으로 기초 자산 대상 범위가 확대되는 파생상품시장의 경우 외국계 금융투자회사의 독주가 우려된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주식ㆍ채권 등에 국한된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 대상이 확대돼 날씨,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시경제 변수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들이 선보이게 되지만 운용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의 경우 외국계 금융사들은 이미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운용한 경험이 풍부하다. 국내 금융사는 이제 배출 기준치의 상품 적용 기법이나 운용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나 금융 당국의 시각은 업계와 달리 느긋하다. 재정경제부는 자본시장통합법 법률제정안 마련을 위해 지난 4월 말 이후 열린 4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제기된 업계의 우려감에 “국내 금융투자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빠르게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만을 밝혔다. 국내 금융사는 상품 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자본력도 열세에 있다. 2003년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도 여전히 외국계 금융사가 설계하고 개발한 상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 헤지 측면에서도 경쟁 우위에 있는 외국계 금융사가 새로운 상품이 쏟아지는 시장 초기에 좀더 나은 수익 조건으로 판매에 나설 경우 국내 금융사들은 고전을 면하지 못할 게 자명하다. 이번 한미 FTA 협상도 감독 당국의 허가를 전제로 한 신금융상품 등 금융시장 추가 개방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져 국내 금융사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나 금융감독 당국은 체급 차이를 인정해 어느 정도 시장 문턱의 차이를 둬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자본금, 발행 물량 규제 등으로 신금융상품시장의 진입 통제가 될 수 있다. 금융시장 추가 개방이 어쩔 수 없는 대세이기는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의 자생 기회 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플라이급과 헤비급이 맞붙어 공정경쟁하라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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