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4일] 2022 월드컵, 국민 공감대는 있었나

"애당초 무리가 아니었을까. 2002년 월드컵 치르고 8년 만에 또 유치신청을 한다는 게…"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졌는데 남북 월드컵 동시 개최가 뭔 말?" 오는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지가 3일 새벽 카타르로 결정되면서 한국은 20년 만에 다시 한번 월드컵을 개최하려던 야망을 접어야 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한국의 탈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요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20년 만에 다시 개최를 시도하는 게 무리라는 것. 아닌게아니라 첫 중동 개최를 내세운 카타르에 명분상 밀렸다. 다른 하나는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북한이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는데 월드컵 동시 개최라는 비현실적 제안을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월드컵 유치는 아무리 봐도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국민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FIFA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건 무리수였다. 22명의 FIFA 집행위원들은 지난 2일 한국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뒤 시큰둥해 했다. 한국의 분단상황과 함께 월드컵 유치가 동북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주장은 무겁고 딱딱했다. AP통신 등 해외 언론은 "한국은 아웃사이더 같다"는 표현으로 현장 분위기를 전할 정도였다. 한국이 2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다시 월드컵을 유치하고 싶다면 다른 전략을 택했어야 했다. 한국은 프레젠테이션에서 박지성의 체험 수기라는 강한 무기가 있었다. 박지성은 '열정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키도 작고 평발인 내가 축구선수로 클 수 있었던 것은 월드컵의 힘이었다"는 감동 스토리를 전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박지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이 가장 진솔했다"며 추켜세웠다. 정몽준 FIFA 부회장은 월드컵 유치 실패 원인에 대해 "국내에서 월드컵 유치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아쉽다"고 말했지만 정 부회장이 먼저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가장 큰 공을 들였어야 했다. 우리 국민도 수긍하기 어려운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외국인들이 감격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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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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