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통·과기·해수부등 부처 폐지도 서러운데…

"외상값 갚아라" 독촉 전화로 몸살…주변 식당·술집 채근 이어져


정보통신부 L과장은 요즘 휴대폰 벨이 울릴 때마다 심란하다. 가뜩이나 일하던 부처가 사라지게 된 마당에 이 소식을 들은 주변 식당과 술집에서 외상값을 갚으라는 전화까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는 정보통신부ㆍ과학기술부ㆍ해양수산부ㆍ통일부ㆍ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가 폐지될 것으로 알려진 18일 이들 부처의 직원들에게는 밀린 밥값과 술값을 갚으라는 광화문ㆍ과천 일대 음식점 주인들의 채근이 아침부터 이어졌다.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 적게는 몇 십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원까지 쌓았다가 한꺼번에 결제하는 관례에 따라 계산을 미뤄줬던 음식점들이 최근 부처 통폐합으로 해당 부처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하자 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껴 밀린 결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때는 모 부처 직원이라고 말만 해도 후했던 인심이 최근 들어선 부쩍 나빠졌다는 게 폐지를 앞둔 부처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업무 협조차 외부 사람들과 식사가 잦았던 관례도 최근 정권교체로 인해 발길이 뚝 끊기면서 식당과 술집 주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재경원으로 통합되는 등 대규모 부처개편이 이뤄졌을 때도 과천 관가에는 수억원대의 외상으로 음식점과 주점들이 일제히 ‘외상값 되찾기’에 나서면서 과천 관가가 한번 들썩거렸다는 후문. 통폐합을 앞둔 한 부처의 과장은 “타 부처와 통폐합이 예고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생긴 판국에 단골집들까지 얼굴을 싹 바꾸고 야박하게 나오니 섭섭하고 원망스럽다”며 “술집 주인들이 직접 부서까지 찾아와 읍소를 할 때마다 간신히 달래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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