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2일] 코스닥 소속부제 도입 서둘러야

잉글랜드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 유럽 프로축구의 인기가 높은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유럽 축구리그는 전세계 유명 선수들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 외에도 ▦비슷한 수준의 팀이 모인 리그를 엄격히 구분해 상위 리그에 혜택을 주는 점 ▦한 시즌 동안 하위 리그에서 잘한 팀은 다음 시즌에 상위 리그로 올라가고 상위 리그에서 못한 팀은 하위 리그로 강등되는 등 이동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 축구리그 팀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고 이는 프로축구 팀의 실력 향상으로 이어져 리그의 인기가 높아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코스닥시장을 유럽 축구리그처럼 프리미어ㆍ비전ㆍ일반 등 3개의 ‘실질적인’ 소속부로 나누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거래소의 방안에는 정기적인 소속부 재분류를 통한 기업들의 이동 방안도 포함됐다. 우량 업체, 성장성이 높은 업체, 일반 업체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분류해 개인ㆍ기관투자가들의 코스닥 투자를 돕겠다는 목적이었다. 코스닥 기업이 목표를 갖고 성장에 힘쓰게 되는 유인을 제공하는 의도도 있었다. 당시 전임 거래소 이사장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소속부제 도입을 공언했지만 금융당국의 조심스러운 입장 표명 탓에 정책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후원한 한 정책토론회에서 “코스닥시장에 별도 소속부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또다시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토론회에서 논의된 코스닥시장의 여러 발전 방향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거래소 측도 “코스닥 소속부제 도입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밝혀 해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일반기업에 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 주장하는 ‘역 차별’논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기업의 펀더멘털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성장에 대한 자신감만 있다면 일반기업에 속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기관ㆍ외국인의 저조한 관심과 코스닥 우량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쉽게 알려지기 힘든 현실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소속부제 도입안은 시장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소속부제 도입안이 현재 상황에서 ‘묵은 정책’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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