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집값의 경제학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그간 많이 올랐던 서울 강남지역과 재건축 아파트 값의 낙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양시장의 모습도 썰렁하다. 경쟁률도 전반적으로 낮아졌고 서울 1차 동시분양 물량도 당초 예정보다 크게 줄었다. 집값의 하락은 비수기에다 겨울철이라는 계절 탓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취한 각종 규제대책의 영향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한 순환고리이기도 하다. 주택시장이 다소 과열된다 싶으면 대증요법적인 규제책을 쓰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주택시장이 정부의 정책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절되다 보면 자칫 시장 자체의 메커니즘은 설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시장 메커니즘이 사라지면 시장은 결국 정부통제에 의해서만 움직이게 된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점이다. 풍년의 해인 수확기에는 지나가는 손님도 대접을 잘 받지만 흉년의 해인 봄에는 어린 아이들에게 먹을 것 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손님에게 관대하고 가족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식량의 양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희소성과 인심의 관계를 나타내는 이 이야기는 중국의 고서 `한비자`에 나온다. 그 의미 속에는 시장의 메커니즘을 담고 있다. 오늘날에는 인심이 가격으로 나타난다. 곧 귀할 때는 가격이 비싸지고, 양이 풍부할 때는 가격이 내려간다. 집값 또한 마찬가지다. 수요가 줄어들면 대게 공급도 줄어든다. 이는 가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원가 이하, 곧 손해를 보면서 물건을 팔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급 균형점이 생기고, 여기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아직 절대적으로 주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주택수요가 상존하고 수요에 따른 공급도 필요함을 의미한다. 정부의 정책은 대개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상존하는 주택수요를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 있을 뿐이다. 오히려 억제정책이 풀리면 그 동안 눌렸던 주택 수요에다 투기수요까지 겹쳐져 과열현상을 빚기 일쑤다. 그래서 투기와 규제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김문경(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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