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신뢰와 경쟁력

박홍수 <농림부 장관>

미국의 유명한 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트러스트(Trust)’라는 책에서 사회구성원 사이에 형성된 신뢰가 갖가지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켜 경제적 번영을 뒷받침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10여년 전 후쿠야마 교수는 한국을 저신뢰 국가 중 하나로 분류했는데 지금도 우리 사회는 정치ㆍ경제 등 각 분야의 상황을 볼 때 그 평가에서 후하게 쳐줄 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우리 농업계 역시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다가 한해 농사를 실패했다는 얘기, 아직도 주요한 농정 이슈에 대해서 진지하게 해답을 찾는 토론보다는 시위를 하는 농업인들의 모습 속에서 농정 불신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불신의 벽을 쌓아두고서는 우리 농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떻게 신뢰를 확보할 것인가. 필자는 우리 농업을 둘러싼 경제주체인 정부ㆍ농업인ㆍ소비자의 역할 분담을 제안한다. 이들 세 경제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서로간의 신뢰가 형성되고 이것이 우리 농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약속한다고 믿고 있다. 먼저 정부의 역할은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이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 여부는 현장의 농업인들이 평가를 하게 되는데 농정이 농업인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농정에 대한 불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같은 하우스에서 시금치와 취나물이 재배되더라도 시금치에는 지원되는 공동선별비가 취나물에는 임산물이라는 이유로 지원되지 않는 것은 한 예라고 하겠다. 정부는 농촌 현실에 맞지 않는 모든 규제ㆍ기준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개선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농림부의 전직원이 농촌 현장체험과 농가와의 자매결연으로 농촌 현장의 애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농업인들의 역할이다. 품질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농업인의 역할인데 이는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평가되는 것이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 속에서 검증된 품질과 안전성으로 당당하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국민들의 역할이다. 활발한 소비자운동으로 우리 농산물이 신뢰받을 수 있도록 감시ㆍ계도해나가고 우리 농업인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농업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고 대한민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발전시킬 수 있는 해법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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