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수왕 '南進' 입증 고구려 고분 발굴

연천 임진강변서 지배계급 가족묘 9기<br>"고구려 임진강 유역 실질적 지배 증거"<br>2,000년전 마을 주거지도 무더기 발견

민통선 안 임진강 군남홍수조절지 건설사업 예정지인 경기 연천군 강내리에서 발견된 고구려의 굴식 돌방무덤이 25일 공개됐다. /제공=고려문화재연구원

민통선 안 임진강 군남홍수조절지 건설사업 예정지인 경기 연천군 강내리에서 발견된 2,000년 전 초기 삼국시대의 대규모 마을 유적이 25일 공개됐다. 발견된 65곳의 군집 유적 중 34호 주거지. /제공=고려문화재연구원

고구려 장수왕(413~491)의 남진(南進)정책에 따라 임진강 유역이 한동안 고구려의 실질적인 지배하에 있었음을 입증하는 고구려 지배계급의 고분 유적과 2,000년 전 초기 삼국시대의 마을 유적이 민통선 안 임진강변에서 무더기로 발굴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고려문화재연구원(원장 김병모)은 한국수자원공사 의뢰로 지난해 3월부터 군남홍수조절지 수몰 예정지인 경기 연천군 강내리 임진강변 충적지대 2만8,150㎡ 일대를 발굴조사했고 그 결과 청동기시대 주거지 4기와 초기 삼국시대(원삼국시대 혹은 삼한시대) 주거지 74기, 고구려 석실분 9기 등 총 218기에 달하는 각종 유구(遺構)를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발견된 9기의 고구려 고분은 빠르면 5세기 후반께 조성된 굴식 돌방무덤(橫穴式 石室墓)으로, 부부로 추정되는 2명이 한 무덤에 묻힌 상태로 3기씩 무리 지어 발견됐다. 고분에서는 '관고리(목관에 단 고리)' 외에 금제 구슬, 유리구슬, 흑색마연항아리, 은제팔찌 등이 출토됐다. 이 중 관고리는 백제 문화권에는 나타나지 않는 고구려고분의 특징적 요소이며, 출토 사례가 드문 금제품과 유리구슬은 지배층의 무덤임을 보여준다. 또 고분이 구릉을 따라 모여있는 점은 '가족묘'의 성격을 드러낸다. 연구원은 "유물로 보아 매장 인물은 고구려 10관 등급 중에 4~8관등에 해당하는 지배계급"이라며 "합장묘들이 가족 고분군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시적 지배세력이 아닌 항구적인 지배 집단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연구원은 이번 발굴의 성과를 "고구려 장수왕의 지속적인 남진정책에 따라 임진강 유역이 일정 기간 고구려의 실효적인 지배에 있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라면서 "만약 임진강유역이 고구려 남진을 위한 단순한 군사기지 기능만 했다면 귀족계층의 고분이 9기나 축조되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한 지역에서 고구려 계통 돌방무덤은 용인 보정리와 판교 신도시에서 최근 확인된 적 있다. 이번 조사의 세부 내용이 밝혀지면 경기북부지역의 고구려 성들과 더불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이론 구축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2,000여년 전 초기 삼국시대의 평면 呂ㆍ凸자형 주거지가 무려 65곳이 확인됨으로써 당시 이곳에 대규모 마을이 있었음을 입증했다. 이중 특히 27호라고 명명된 주거지는 길이 20.6m, 너비 9.7m로 지금까지 발견된 呂자형 주거지로는 초대형급에 속한다. 조사단은 "마을 규모와 입지로 볼 때 이 일대는 초기삼국시대 임진강 유역 세력의 거점마을로 추정되어 경기북부지역 초기역사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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