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5월 29일] <1709> 오-헝가리 제국


면적 65만1,538㎢로 러시아를 제외하면 유럽 최대. 인구는 러시아ㆍ독일에 이어 3위. 1867년 5월29일 출범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외형이다. 도나우제국으로도 불리던 이 제국은 다민족으로 이뤄졌다. 독일인(24%)과 헝가리인(20%)을 비롯해 체코인(13%)ㆍ폴란드인(10%) 등 11개 민족이 제국의 틀 안에 묶였다. 제국의 출현은 단일민족 국가인 이탈리아 통일과 독일제국의 성립이라는 주변 상황과 사뭇 달랐다. 다민족 제국의 탄생은 메이저 민족 간 절충의 결과. 민족주의의 발흥으로 제국을 유지할 자신이 없던 오스트리아는 헝가리왕국 성립을 인정하는 대신 오스트리아 황제가 군주를 겸하는 방안을 짜냈다. 서로의 기득권을 인정한 만큼 양쪽은 외교와 국방ㆍ재정을 빼고는 각기 총리와 의회ㆍ경찰을 유지했다. 권력이 분산된 이중(二重) 제국은 소수민족들의 불만 속에서도 1차 대전 패전으로 해체될 때까지 51년 동안 이어졌다. 비결은 연평균 1.76%를 기록한 경제성장. 같은 기간 동안의 영국(1.00%)ㆍ프랑스(1.06%)ㆍ독일(1.51%)보다 높았다. 서유럽보다 개발이 늦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고성장이다. 출범시 2,000㎞ 수준이던 철도 길이도 해체시에는 2만5,000㎞ 이상으로 늘어났다. 제국의 영역에는 오늘날 두 나라뿐 아니라 체코와 슬로바키아ㆍ크로아티아ㆍ보스니아가 독립국가로 존재한다. 폴란드와 루마니아ㆍ이탈리아의 일부도 제국의 영역이었다. 제국은 인재로 기억된다. 폰 미제스와 신자유주의의 아버지 격인 하이에크에서 슘페터, '죄수의 딜레마'로 유명한 폰 노이만, 20세기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 제3의 길을 제시한 칼 폴라니가 모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신이다. 땅과 권력은 유한하지만 사람의 이름은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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