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반도체 ‘3강구도’ 물거품

도시바-후지쓰 사업통합 계획 유보세계 시장에서의 부활을 노리는 일본 반도체업계의 재편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지난 6월 반도체 사업에서의 포괄적 제휴를 발표한 도시바(東芝)와 후지쓰(富士通)가 사업통합 계획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도시바-후지쓰, 히타치-미쓰비시, NEC 등 3개 그룹으로 집약되는 일본 반도체업계의 3강 구도는 사실상 물건너가게 됐다. 총 매출 1조3,000억엔, 인텔에 이은 세계 2위의 거대한 반도체 사업체를 꿈꾸며 손을 잡은 두 회사의 잰 걸음에 제동이 걸린 것은 반도체 매출 규모에서 도시바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후지쓰가 사실상의 흡수 통합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뚜렷한 전략 없이 통합을 서두른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지목된다. 일본 반도체업계는 세계 D램 시장의 주도권을 한국 업체에 빼앗긴 이래 지속되는 국제 경쟁력 약화와 지난해 정보기술(IT) 불황 여파로 코너에 몰린 상황.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4월 히타치제작소와 미쓰비시전기는 시스템LSI(대규모 집적회로) 사업 통합을 선언, 내년 중 개발ㆍ제조ㆍ판매망까지 통합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또 NEC는 분사를 통한 독자 생존안을 내놓는 등 각 업체는 잇달아 생존책 굳히기에 나섰다. 도시바와 후지쓰도 합종연횡에서 살 길을 모색하기로 하고 지난 6월 부랴부랴 손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시스템LSI를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포괄적인 제휴를 맺기 위해 이 달 말까지 구체적인 통합안을 마련키로 한 것. 하지만 업계의 재편 바람에 휩쓸린 두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내놓아 어느 시장을 공략할 지에 대한 명백한 청사진은 애당초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 회사는 일단 제휴 효과를 재검토하고 장기적인 교섭에 돌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포괄적 사업 통합보다는 시스템LSI 설계 및 개발 등 부분 제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케이신문은 포괄적 사업통합으로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한다는 당초 구상이 사실상 깨짐에 따라 지난해 이래 급속도로 지반이 침몰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업계의 부활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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