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천 '亞게임 선수촌' 재검토 싸고 논란

市 "재원 부담 가중" 조성계획 철회 움직임에… 주민들 "올 여름 농사도 포기했는데…" 반발


인천시가 2014년 아시안게임 선수촌과 미디어촌을 당초 예정지인 서구가 아닌 구월동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자 서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는 공촌동 67 일대 48만여㎡에 선수촌을, 가정동 58-1 일대 31만㎡에 미디어촌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토지보상비만 3,100억여원이 들어가는 규모다.


그러나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자 인천시는 현재 건설 계획이 확정된 구월동 보금자리 주택을 선수촌ㆍ미디어촌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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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시장도 지난달 9일 서구 주민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선수촌ㆍ미디어촌을 짓는데 1조8,000억원이 든다. 이 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남동구 보금자리 주택과 통합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 예정부지 주민들은 "땅이 수용된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 땅을 알아보러 다니느라 올 여름 농사를 포기했는데 이제 와서 남동구 보금자리 주택 활용방안을 검토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인천시를 성토하고 있다. 공촌동에서 4,200여㎡ 규모의 화훼농사를 짓는 최응숙(50ㆍ여)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수촌을 지을 것처럼 얘기가 나와서 대책을 세우느라 충남 서산에 농토를 알아보러 다녔다"며 "구두계약만 했기에 망정이지 덜컥 계약을 마쳤으면 어떻게 할 뻔했나"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공촌동에서 논농사를 짓는 정홍구(50)씨도 김포시에 있는 땅을 사려고 농협 대출 서류까지 만들었다가 이를 중단시켰다. 정씨는 '묘지 이장을 미리 하면 비용지원을 하겠다'라는 시 관계자의 말을 듣고 경명체육공원 부지에 있는 조상묘의 석물을 이미 강화군으로 옮겼다. 이장에 대비해 종친회에서는 강화군에 2억여원을 들여 납골당까지 마련해 놓았다. 정씨는 "토지 수용만 아니었다면 강화군에 납골당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없는 돈에 대출까지 해서 마련해 놓았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송 시장을 겨냥해 "마음에 안 든다고 내 맘대로 칼자루를 휘두르면 어떻게 하나. 이제 누가 시를 신뢰하겠는가"라며 쓴 소리를 남겼다.

이런 지역 주민들의 불만에 대해 인천시는 "큰 사업을 하다 보니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며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인천시 경기장조성과 한 관계자는 "선수촌ㆍ미디어촌 부지를 수용하려면 3,100억원의 토지보상비가 들어간다. 공사를 한다 해도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구는 조사ㆍ설계 용역 일부가 진행된 만큼 이제 시작 단계인데 비해 구월동 보금자리 주택 부지는 그린벨트 해제 과정까지 거쳐 준공 시기가 더 이르다"며 "그쪽(구월동)이 타당성이 있어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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