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유럽의 리더십 부족

<파이낸셜타임스 21일자>

이번주에 유럽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번 모임은 유럽연합(EU)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오래전에 마련됐던 리스본 아젠더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자리여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리스본 어젠다가 실패한 원인을 규명하고 EU 재정정책의 기본 틀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모인다. 오늘날 EU는 목적 의식과 방향 감각을 상실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유럽 정상들간의 정치적 내분과 상호 비난만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서비스시장 단일화를 추구하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계획에 대해 강력 비난했었다. 서비스 분야는 리스본 어젠다를 되살리기 위한 집행위원회의 핵심 항목이다. 이와 관련된 여러 연구들은 서비스 분야가 EU 전역에 상당 수준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시장 단일화에 따른 까다로운 규제에 대한 우려로 이 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호세 마누엘 바로소 유럽 집행위원장은 시라크 대통령의 비판은 EU에 대한 회의주의만 양산할 것이라며 반박했지만 이 역시 현명하지 못한 발언이다. 유럽이 겪고 있는 혼란의 한가운데는 정치적 리더십의 부족이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선출된 바로소 위원장은 리스본 어젠다의 부흥을 그의 임기 최대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제 개혁을 위해 회원국들간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그의 계획에 불길한 징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EU가 안고 있는 문제의 직접적인 책임은 프랑스와 독일의 리더십 부족에 따른 것이다. 이 두 국가들은 유럽 통합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이 두 국가들은 유럽 전체 차원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는 ‘유럽 프로젝트’에 대해 열의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양 국가들은 자기네 국가 일에만 몰두하며 방어적이 되고 있다. 이번주 EU 정상회담에서 리스본 어젠다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는 사실 그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EU는 과감한 경제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문제는 EU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EU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전망이 아니라 진정한 개혁을 수행할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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