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나이 많다고 못할건 없지요"

현대重 퇴직자들 선박협력업체 창업"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이동할 뿐입니다." 환갑을 넘긴 정년 퇴직자들이 다시 뭉쳐 선박 수출의 선봉장으로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울산 '명예기업'근로자들이 그 주인공. 이들은 국내 대형 선박건조사에서 30여년간 산전수전을 다 겪고 명예롭게 정년을 퇴직한 백전노장들 이다. 직원 60여명 중 예순을 넘긴 사람이 40여명에 달한다. 근로자 평균연령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회사인 셈.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울산 현대중공업 소조립부에서 정년 퇴직한 12명이 퇴직금을 털어 설립했다. 창업을 주도한 사장 김창원(66)씨는 "정년에 묶여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시름에 빠진 사람들에게 생의 활력을 불어 넣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드는 것은 기력이 약한 노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선박 블록용 철구조물. 1차 협력업체(신한기계)를 거쳐 현대중공업 선박건조부에 납품된다. 하지만 이들은 40대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하며 하루 2~3시간씩의 잔업도 거든히 해 낸다. 특히 이들의 기술력은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기술력과 생산력면에서 세계 최고인 현대중공업에서 갈고 닦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제조 결함은 찾아볼 수 없다. 작업장내 규율도 엄격하다. 작업 10분 일찍 하기, 출퇴근시각 엄수 등 기본 질서 지키기 운동에 모두 솔선수범 한다. 담배꽁초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업장이 청결하다. 창업 후 지금까지 큰 안전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후배를 가르치는 것은 이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들은 최고의 기술을 20여명의 젊은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기 위해 아까운 점심시간을 쪼개 돌아가며 설계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후배들이 세계 조선강국의 전통을 이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명예기업이 창업 후 10개월간 올린 매출은 10억여원. 이익금은 크게 내지 못했지만 식구가 창업당시보다 2배 이상 늘 정도로 물량 수주량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신한기계의 20여개 협력업체 가운데 가장 우수한 사업장으로 뽑혀 수주량이 더욱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의 소망은 두 가지. 86살에 작고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보다 오래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과 회사가 쑥쑥 커 남은 여생을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 정도의 퇴직금을 지급받는 것. 김사장은 "노인이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세계 최장수 근로자 회사로 키워 나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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