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스터스대회 청국장 만찬 후일 기약

“우승 만찬 메뉴는 청국장으로 할 겁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 얘기가 나오면 최경주(40)가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매년 챔피언이 만찬 메뉴를 정하는 것이 이 대회의 전통인데 마스터스 우승에 대한 그의 열망과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린재킷이 필 미켈슨(40ㆍ미국)에게 돌아가면서 저녁상에 청국장을 올릴 기회는 미뤄졌지만 한국 골프는 자신감이라는 커다란 수확을 챙겼다. ‘왼손골퍼’ 미켈슨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436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2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ㆍ13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린 미켈슨은 지난 2004년과 2006년에 이어 개인 통산 세번째로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최경주 역시 ‘명인열전’의 주인공으로 시종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개막 전부터 돌아온 ‘골프황제’의 복귀전 파트너로 관심을 모은 그는 대회 내내 선두권을 고수하더니 최종일 불꽃 튀는 우승 경쟁을 펼쳐 오거스타를 놀라게 했다. 최종 순위는 공동 4위(11언더파). 선두 웨스트우드에 4타, 2위 미켈슨에 3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최경주는 10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뽑아내 한 때 공동선두까지 올랐다. 볼 낙하지점을 파악한 정교한 아이언 샷과 안정감 넘치는 퍼트가 발군이었다. 아시아 선수 최초 마스터스 우승이자 지난해 PGA챔피언십 양용은에 이은 한국인 메이저대회 2연승에 대한 기대가 증폭됐다. 그러나 13번홀(파5)에서 맞은 고비를 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사흘 내리 버디를 잡았던 이 홀에서 두번째 샷을 그린 왼쪽 뒤편 벙커에 빠뜨린 것이 화근이었다. 벙커 샷이 특기인 최경주이지만 홀까지 심한 내리막을 의식해 너무 짧게 쳤고 버디 퍼트가 내리막 경사를 타고 홀을 2m 가량 지나치면서 파마저 지키지 못했다. ‘버디 홀’에서 1타를 잃었다는 부담 탓인지 추격의 힘을 잃고 말았다. 이어진 14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적어낸 그는 15번홀(파5) 버디를 잡았으나 선두와 벌어진 뒤였다. 미켈슨은 절정의 아이언 샷 감각으로 타수를 줄여나가다 15번홀 버디로 3타의 리드를 잡으며 사실상 우승을 결정지었다. 아내와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미켈슨은 18번홀에서 기다리던 아내와 감격적인 포옹을 하며 떨어질 줄 몰랐다. 우승 상금은 135만 달러. 재미교포 앤서니 김(25)은 이날만 무려 7타를 줄이며 3위(12언더파)로 솟구쳤고 양용은(38)도 공동 8위(7언더파)를 차지해 컷을 통과한 한국(계) 선수 3명이 모두 톱10에 들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마스터스 한국인 우승도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확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전세계 골프 팬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나흘 내내 최경주와 동반 플레이를 펼쳤던 우즈는 순위도 최경주와 똑같이 공동 4위로 복귀전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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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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