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다보스 포럼] 사르코지 "은행은 투기 아닌 자금공급 나서야"

금융 CEO들 "과잉규제로 경기회복 발목 우려"<br>■'금융규제안' 싸고 격론

올해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맹공'과 함께 시작됐다. 2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쟁쟁한 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기업인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쏟아냈다.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금융개혁안을 오바마 대통령보다도 더 강경한 화법으로 지지한 것. 박수도 거의 치지 않은 금융계 인사들은 똑같이 날 세운 말들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반격을 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막연설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규제안이 옳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남의) 일자리와 재산을 빼앗고도 많은 돈을 버는 이들을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작정한 듯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들이 시장을 언제나 옳다며 맹신한 나머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닥쳤다"며 "은행가가 할 일은 투기가 아니라 신용위험 분석과 채무자 상환능력 평가,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공급"이라고 지적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어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규제와 회계기준, 관리감독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경우 떠안아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며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막연설 후 각국 정치 지도자와 경제관료들은 잇따라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주민(朱民)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 역시 "금융업계가 자기자본을 근거로 지나치게 높은 수익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29일 금융개혁 지지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센 공격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CEO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과잉규제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며 위기론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거대 은행들에 대한 규제는 지지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은 비효율적이고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사들이 미처 위기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한 상황에서 너무 빨리 규제안을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피터 레빈 영국 로이즈은행 회장은 "무조건 더 규제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규제안을 만들어내는 게 옳다"며 일방적인 규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요제프 애커만 도이체방크 회장도 "정부가 시장을 너무 억누를 경우 우리는 모두 '루저(loser)'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회복이 미약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닥이 긴 'U'자형 또는 더블딥(이중침체)을 의미하는 'W'자형 경기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비관론자이자 3년 전 다보스포럼에서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인들이 차입과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 성장은 둔화 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경제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예전에는 개발도상국 경제를 재정적자, 느슨한 통화정책, 허약한 사적 부문, 정치적 분열 등으로 수식할 수 있었다면 요즘은 같은 말로 선진국들을 설명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의 위안화 문제는 정치인들과 은행가들 모두의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 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의 심화가 경제회복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환율 불안정과 특정 통화에 대한 과소평가가 공정무역과 경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로스 회장도 "중국 위안화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면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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