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미 FTA와 제조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2차 협상이 끝났다. 양국은 상품 분야의 관세 철폐 이행기간을 5단계로 나눌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최근 FTA가 서비스 및 경쟁압력 증대, 기술협력 등을 통한 경제개혁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미 FTA에서 상품교역 협상은 여전히 중요하다. 첫째, 미국 시장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누계 대미 수출은 총수출의 13%, 수입은 11%를 차지하고 있다. 대미 흑자는 우리나라 총 무역수지 흑자 49억달러 중 약 37억달러를 차지한다. 향후 지속될 고유가로 인한 수입 증가, 대일 역조의 확대로 무역수지 흑자 폭이 감소하는 가운데 미국 시장은 당분간 우리에게 중요하다. 美 관세율 조기인하 필요 둘째,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은 여전히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며 한미 FTA의 상품 분야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제조업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현재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8.4%, 고용 비중은 18.5%에 불과하다. GDP 비중은 92년 26.6%에서 약간 증가했지만 고용 비중은 26.2%에서 급격히 하락했다. 실제로 95년 이후 약 60만명의 취업자가 제조업을 떠났다. 이로 인해 서비스 산업이 급속히 확대됐으나 대부분 ‘떠밀려 늘어난 서비스 산업’이기 때문에 영세하고 고용은 취약하며 생산성은 낮다. 셋째, 중국의 부상에 따라 우리 조립제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품ㆍ중간재ㆍ자본재 산업을 육성해 중국의 조립산업과 분업구조를 형성해가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는 대일본 교역에서 5월 현재 이미 10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총 무역수지 흑자의 두 배 이상이다. 대일 역조의 기저에는 부품ㆍ중간재ㆍ자본재의 수입이 있다. 미국과의 FTA를 이용해 일본의 부품과 중간재 등에 대한 수입경쟁력을 기르고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세 가지 측면은 한미 FTA의 상품협상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핵심사항이다. 그러나 현재 한미 양국의 관세 및 상품구조를 보면 FTA를 통해 교역은 증가하겠지만 우리의 흑자 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관세가 높고 미국의 관세는 낮은데다 대미 수출의 상품 집중도는 높은데 반도체ㆍ무선전화기 등 주요 수출제품이 무관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 FTA에서는 우리의 대미 수출상품 구조를 다양화할 수 있는 관세 양허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먼저 경쟁력이 둔화되고 있는 중급기술 산업의 미국 관세율을 조기에 인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품질을 고급화해 일본 및 중국 상품과 차별화해야 한다. 이러한 중급기술 상품의 수출확대는 고용창출에도 기여한다. 동시에 우리 관세를 철폐하면서 부품 및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수출상품도 다변화 해야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일본의 부품이나 중간재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미국으로부터 수입이 증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나라 부품산업이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치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하고 이에 맞춰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보기술(IT) 분야 등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기업의 투자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한편 FTA 효과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미국 시장을 충분히 활용하고 제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려면 수출품목이 다변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거대기업이 아닌 전문적 대기업과 중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 다수의 전문 중견기업이 성장해 고용을 확대하고 수출상품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정부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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