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들, 印尼진출 확대 딜레마에

시장 잠재력 커지는데… 현지당국선 규제 강화·구조조정 예고<br>신한등 "일단 인수 서두르고 지점 늘려 놓자"


인도네시아를 놓고 국내 금융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인구 2억3,0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시장 잠재력으로 갈수록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반면 현지 당국에선 오는 연말을 기점으로 외국 은행 지점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서둘러 현지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향후 5년내 절반만 살리겠다'는 혹독한 은행산업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다.


8일 주요 은행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오는 연말 이후부터 외국 은행의 현지 지점 신규 설립을 제한할 전망이다. 외국 은행이 현지 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방식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경우라도 최소자본금을 3억 루피(약 3억3,000만 달러) 이상 내도록 규제가 강화된다.

이미 진입장벽을 넘어서 현지에서 영업 중인 은행에게는 은행산업 구조조정과 영업 규제라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121개의 크고 작은 은행들이 난립해 있는데 현지 금융당국은 향후 5년내에 그 숫자를 50개 이하로 줄일 계획이어서 생존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또 다른 은행계 금융그룹의 임원은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점포 직원들에게 한 명당 두 가지 이상의 업무를 맡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현지 영업을 제대로 하려면 점포 마다 30~40명씩 인력을 쓸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은행 지점장도 외국인이 아닌 현지인만을 쓰도록 규제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신규 진입과 현지 영업에 대한 장벽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시장 성장 잠재력이 커 국내 은행들로선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삼일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보유 자산 규모는 현재 전세계 금융기관 자산의 0.5%에도 못미치지만 2050년에는 약 4%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005~2050년중 유럽 평균의 두배에 달하는 4%대를 기록할 것이란 게 이 연구원측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지기 전에 서둘러 현지 은행 인수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현재 인수 후보 은행군을 좁혀나고 있다. KB금융그룹도 현지 진출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현지에 법인을 세워 진출한 국내 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최근 1년여 사이에 빠르게 영업망을 늘리고 있는데 자산규모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서 80위권인 현지 법인은행을 12위권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역시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데 현지 은행 추가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오는 연말까지가 인도네시아에서 소규모 현지 은행 인수ㆍ합병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미 영업 중인 현지은행들에 대한 최소자본금 기준이 지난 2007년 800억 루피(약 880만달러)에서 올해말 1,000억 루피(약 1,100만달러)로 올라가기 때문에 자본력이 취약한 중ㆍ소규모 은행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계 인도네시아 은행법인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의 은행은 뱅크만딜(현지명 방만딜)인데 자산 규모가 45조원이라며 이에 비해 한국계 은행의 자산규모는 미미해 아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앞으로 인도네시아 은행산업 재편과정에서 살아남으려면 치열한 영업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