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눈만 속여도 우리 몸은 '착각'..."VR속 화면 현실처럼 느끼죠"

고도의 기만 기술 'VR의 비밀'

감각기관별 정보수용량

시각 83%·청각 11% 차지

2차원 이미지 입체감 주고

소리에 후각·촉각 등 더하면

마치 다른 현실세계에 온듯

신체보다 화면속도 늦어

어지럼증 유발은 해결 과제

오큘러스VR가 판매 중인 ‘오큘러스 리프트’. 가상현실을 3D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오큘러스VR가 판매 중인 ‘오큘러스 리프트’. 가상현실을 3D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어VR를 얼굴에 착용(사진 위)한 뒤 알트스페이스VR앱을 실행시킨 뒤 여러 사람들이 가상현실에서 만나 채팅 등 여가활동을 즐기는 모습(사진 아래)/사진제공=알트스페이스VR기어VR를 얼굴에 착용(사진 위)한 뒤 알트스페이스VR앱을 실행시킨 뒤 여러 사람들이 가상현실에서 만나 채팅 등 여가활동을 즐기는 모습(사진 아래)/사진제공=알트스페이스VR





게임 이용자가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로 네오위즈게임즈의 신작 ‘애스커’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네오위즈게임즈게임 이용자가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로 네오위즈게임즈의 신작 ‘애스커’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네오위즈게임즈


올해 들어 가상현실(VR)을 체험할 수 있는 보급형 전자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그 기술적 원리와 산업 전망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VR의 정의는 최근 빠르게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파생되면서 다소 경계가 모호해졌지만 기본적으로는 컴퓨터와 같은 정보통신기기가 창조한 사이버공간을 인간이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을 뜻한다. 즉 인간의 오감을 속이는 고도의 기만 기술인 것이다.


초기 VR 기술은 주로 2차원(평면)의 이미지를 3차원의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시각적 효과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나 이후 청각·촉각을 기만하는 수준까지 진화하는 가하면 근래에는 미각·후각까지도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수준에 도전하는 기술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상용화된 주류 VR 상품들은 시각과 청각을 속이는 기술에 집중돼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신체의 감각 기관별 정보 수용량 중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83%에 달하며 청각도 11%에 이르기 때문이다. 후각·촉각·미각은 나머지 6%에 불과하다. 눈과 귀만 확실히 속여도 우리 몸의 90% 이상이 착각을 일으켜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다고 느끼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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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 눈동자는 모두 전면을 바라보지만 평균적으로 6~6.5㎝ 떨어져 있어 같은 사물이라도 두 눈이 보는 각도와 거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이 각도 차와 거리 차 등에 따라 원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같은 사물이라도 두 눈이 각각 다르게 인식한 상(이미지)이 안구에 맺히는데 이들 2개의 이미지가 시신경을 타고 들어와 대뇌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미지 간의 차이를 근거로 뇌는 거리와 방향 등을 파악해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그림·사진·영화와 같은 2차원(평면)의 이미지를 3차원(입체)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마치 인간이 두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듯 최소 2대의 카메라로 서로 다른 위치와 각도로 같은 사물을 찍어 그 각도 차 등을 반영해 평면 위에 두 이미지를 올려놓으면 이를 마치 평면이 아닌 입체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고글형 VR 체험 기기인 삼성전자의 ‘기어VR’나 페이스북 자회사 오큘러스VR의 ‘오큘러스 리프트’ 등은 이 같은 원리로 평면의 화면 속에 현실과 같은 원근감을 구현해준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시각형 VR 기기들은 대체로 일정 시간 시청시 이용자가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어지럼증은 신체가 움직이는 속도를 화면이 따라오지 못해 발생한다는 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고글형 VR 기기를 끼고 VR 속의 다른 방향 풍경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해당 각도에 맞는 이미지를 화면에 송출해 표시해야 하는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처리능력 한계 등으로 처리 속도가 다소 늦어 우리의 몸이 몸의 움직임과 시각 정보의 차이에 따른 인지부조화로 어지럼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VR 생태계를 연구 중인 한 전문가는 “보통 동영상의 화면 표시속도가 1초당 60~90프레임 정도는 돼야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는다”며 “디스플레이 기술이나 소프트웨어가 복합적으로 발달해야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실 시각 기만 원리를 이용한 VR의 기초 기술은 이미 170여년 전에 시현됐다. 물리학 등을 연구하던 영국 과학자 찰스 휘트스톤은 이미 1838년 같은 풍경을 살짝 다른 각도에서 찍은 두 장의 사진을 각각 양 눈이 따로 보도록 해 입체사진처럼 보이게 하는 ‘스테레오스코프’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현재의 고글형 VR 기기는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고 음향효과까지 넣을 수 있는 디지털기기라는 점만 다를 뿐 기초원리는 동일하다.

현대에 이르러 VR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1988년 비주얼프로그램랩(VPL)이라는 기업을 세운 미국의 제론 레이니어이지만 이미 1950년대 영화와 사진을 접목시키는 기술을 연구하던 미국인 모턴 헤일리그는 ‘센소라마(Sensorama)’라는 1인 입체영상 시청 좌석을 만들어 입체영상과 음향을 들려줄 뿐 아니라 오늘날의 4D 영화관처럼 의자가 영상에 맞춰 진동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1960년대에는 기어VR처럼 머리에 쓰는 3차원 이미지 및 입체음향 장비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하드웨어적 기술의 원류는 오래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디지털 소프트웨어 기술과 콘텐츠 제작 여건이 미비했기 때문에 관련 산업이 융성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현재에는 디지털기술을 통해 입체 콘텐츠를 비교적 손쉽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또한 급격히 발전된 센서 기술과 융합돼 신체의 움직임을 감지, 그에 맞춰 영상과 음향 등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기술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웹을 기반으로 한 3D 연동기술이 가상현실 산업의 성장을 이끌 동력으로 꼽힌다. 양병석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향후 VR는 PC나 TV의 대체제적인 성격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웹브라우징과 검색·광고의 영역까지 발전할 것이며 새로운 환경하에서 등장할 서비스들은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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