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70일 장정 마친 박영수 특검] "블랙리스트 세기의 재판 될 것...朴대통령·우병우 수사는 아쉬워"

대기업 정경유착 고리 없애 나라 개선해야

우병우 구속영장 재청구했다면 발부됐을 것

변호사 출신 특검·특검보 체제는 개선 필요

70일간의 수사를 마친 박영수(왼쪽 세번째)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들이 3일 출입기자단과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70일간의 수사를 마친 박영수(왼쪽 세번째)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들이 3일 출입기자단과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전개될 삼성·블랙리스트 재판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는 ‘세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사기간 70일의 강행군을 마쳤지만 박영수 특별검사의 얼굴은 생기가 넘쳤다. 수사기간 종료에 맞춰 3일 출입기자단과 오찬을 한 박 특검은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정신없이 달려왔다”고 총평했다. 스스로 “다른 운은 없어도 수사 운은 있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기소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 등을 얘기할 때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구속에 실패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면조사에 실패한 박근혜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는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본인이 구속 기소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의 인연 등 지금껏 공개하지 못했던 얘기도 허심탄회하게 꺼냈다.

◇삼성, 무지하게 갈기더라=이번 수사의 최대 과제였던 ‘삼성 뇌물’ 수사와 관련해 박 특검은 “이 부회장 영장이 기각됐을 때 굉장히 좀, 수사팀이…”라면서 심각했던 수사팀 내 분위기를 언급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를 회상하며 “경제논리를 앞세우면 법이 밀릴 때가 있지 않느냐”면서 “삼성이 하여튼 무지하게 갈기더라”고 말해 어려웠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박 특검은 ‘위기’였던 당시 상황을 정공법으로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에서 지적한 대로 다시 보자(고 했다). 그 과정에서 사건이 풀려간 것”이라며 “삼성 수사는 특검에서 충분히 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양재식 특검보는 “지나고 보니 오히려 기각된 것이 더 도움이 됐다”며 “1차 청구 때 발부됐다면 오히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부분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특검은 삼성 뇌물사건을 단순히 최순실씨 국정농단의 한 갈래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이나 대기업들의 출연행위를 축소해서 보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경유착 고리라는 게 얼마나 (나쁜 행위냐). 이렇게 나라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우병우 수사는 아쉬워=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우병우 전 수석의 혐의 입증 등 일부 핵심 과제는 미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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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특검은 박 대통령과의 대면조사에 대해 “우리는 정말 조사해보려고 노력했다”면서 “참 아쉽다”고 했다. 핵심 이견이었던 ‘조사 녹음’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조사가 중간에 중단되는 사태는 막아야 하기 때문에 녹음만 한다면 그것만 빼고 다 양보하겠다고 했다”며 “하루 전에 ‘(일정이) 샜다’며 약속을 깼는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억측이 생길 수도 있어 분명히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에게 애초에 조사받으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속마음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우 전 수석 수사과 관련해서는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인데 시간이 없어 못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특검은 우 전 수석 구속에 실패한 뒤 불구속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박 특검은 “세월호 수사 압박이나 (우 전 수석 가족회사인) 정강 자금 의혹 등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검찰에서 자연히 흘러갈 것”이라고 향후 수사 주체가 될 검찰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김기춘 수사 가슴 아파…최순실도 안타깝다=박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구속 기소한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 “5공 비리 수사 때 검찰총장으로 모신 분”이라고 했다. “압수수색에 대비해 물건을 옮겨 일주일간 추적했더니 인근 딸·아들 집으로 갔더라”며 “예의를 갖추고 압수수색했지만 그렇게 할 때 가슴이 아프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과 너무 가까웠다. 아버지 때부터 인연이 있어 도와준 것이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게 좋았을 텐데 그렇게 안 해서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박 특검은 특검팀의 수사 점수를 A학점이라고 표현하자 “감사하다. 난 60점 정도 줄 줄 알았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검사로서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며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난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복된 검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의 ‘강압 수사’ 비판에는 “특검 수사를 너무 거칠다고 혹평한 것은 정말 억울하다. 그렇게 비인간적인 수사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수사기간 내내 시간에 쫓겼던 박 특검은 특검법의 효율적 개선도 제안했다. 박 특검은 “특검을 이렇게 크게, 수사 대상을 많이 해서는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수사 대상을 한정해서 해야 한다”고 했다. 인적 구성에 대해서도 “특검·특검보가 변호사 출신인데 밑에 일하는 사람은 현직 검사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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