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7,000억 들인 핵연료 재활용기술 사장시켜서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R&D) 사업이 전면 보류될 위기에 처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핵종을 분리해 ‘소듐냉각고속로(SFR)’라는 원자로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공계 전문가 7인으로 사업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1월까지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재검토는 국회가 원전 관련 연구예산을 삭감하면서 부대 의견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원전을 더 이상 건설하지 않는다면 굳이 연료를 재활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에서다. 정부는 공론화를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연구성과·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찬반 양측의 서면검증 과정은 온라인에 모두 공개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재검토의 배경이 탈원전 정책에 따른 후속조치여서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만 쏟아붓고 중도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가 투입한 예산만도 20년 동안 자그마치 6,764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2015년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면서 미국을 어렵게 설득해 1단계 기술은 독자연구의 길까지 열기도 했다. 연료 재활용이 가능하고 원전 폐기물 부피도 20분의1로 줄일 수 있어서다.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실용화 단계가 멀지 않았는데도 기술개발을 중도 포기한다는 것은 이중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관련기사



탈원전 정책이 설령 차기 정부에서 지속된다 해도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후원전이 폐쇄될 때마다 핵폐기물 저장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원전 내부의 저장시설은 2019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줄줄이 바닥을 드러낸다. 그런데도 영구 저장시설 후보지 선정은 고사하고 공론화 일정조차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탈원전 정책과 연계하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