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공단·재래시장 세밑 현장에선] "최저임금 올라도 단가 못 올리는데...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불안감 커지는 산업단지

부품업체 "설비 자동화에도 인건비 부담 커져 문 닫을판"

인력난 3D업종, 특근 불가피...근로시간 단축에 범법자 우려

인천 남동구 남동산업단지 내 기계제조기업 바깥 작업장에서 생산직 직원들이 철판을 두드리며 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인천=백주연기자인천 남동구 남동산업단지 내 기계제조기업 바깥 작업장에서 생산직 직원들이 철판을 두드리며 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인천=백주연기자




최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인천 남동공단. 기계와 엔진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공단 작업장에서는 분주하게 재고를 옮기고 철을 절단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산업용 발전기 제조기업 A사의 건물로 들어서자 2층 작업장 옆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B대표가 불쑥 찾아온 기자를 보고 놀라는 기색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등 경영 애로사항을 묻자 그는 먼저 한숨부터 내쉬었다.

B대표는 내년 최저임금 7,530원 시행에 대해 감원 얘기부터 꺼냈다. 직원 2명을 줄였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은 그는 “음식점이나 소비재업은 음식이나 제품 가격을 올려 마진율을 보전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소규모 제조업은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해도 단가(물건 값)를 올릴 수 없다”며 “생산성을 올리거나 원재료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둘 다 말처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 방안을 고민해온 것은 벌써 10년째”라며 “오랫동안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짜서 그나마 지금까지 버텨온 건데 당장 다음달까지 어떻게 대책을 내놓겠느냐”고 말했다.

A사의 연매출액은 15억원가량. 그나마 산업용 발전기는 대량으로 거래되는 제품이 아니라 틈새시장인 덕에 살아남아 왔다. 하지만 최근에 중국산의 품질이 더욱 높아지면서 물량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납품단가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B대표는 “아직까지는 유통회사들이 불량률 때문에 중국 제품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다행이지만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올라가면 앞으로 3년을 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10여분쯤 거리에 떨어진 중견 가구업체인 C사. 정문 사이로 가구제품과 원부자재를 싣고 내리는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브랜드 가구제품들이 많이 팔리면서 성장 가도를 달려온 이 회사의 D총무부장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이달부터 현장 생산직의 근무 시간을 조정했다”며 “원래는 매주 토요일마다 생산업무가 있었는데 이제 격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다 반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저임금이 올라 회사가 그에 맞게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직원들 월급이 1인당 평균 30만원씩 줄어든 탓”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사람을 안 뽑고 버텨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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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을 나와 남쪽으로 10분여를 달려 시화공단 내 E기계공업 정문에 도착하자 경비직원이 막아섰다. 회사 사무실에서 만난 영업부 직원들은 최저임금 얘기를 묻자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눈치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 부담이 커져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감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2017년이 저물어가는 세밑 인천과 안산의 산업단지에서 만난 중소기업들은 당장 다음달로 닥쳐온 최저임금 인상 충격파에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기업 규모가 영세할수록 직접적인 타격은 커 보였다. 그러나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들도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등 예외가 아니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시화공단의 F사는 최저임금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이 예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20~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G대표는 “약 2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공장까지 지었지만 급격하게 오르는 인건비를 부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자동화 설비를 갖춰놓아도 기본 인력은 필요한데 임금은 올라가고 제품 가격은 떨어지니 죽을 맛”이라고 밝혔다. 또 “자동차 업체들에 납품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필수적인데 이렇게 하다간 부품산업 다 망한다”고도 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 제조업의 인력난과 오버랩되면서 심각한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호소가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곳의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 규모가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는 중소기업이 3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신규 인력을 충원할 경우 인건비 증가율이 10%를 넘는 기업이 65.9%, 20%를 넘는 기업은 27.6%에 달해 인건비 폭탄에 시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남 창원의 자동차·가전 부품업체인 H금속의 I대표는 “주물이나 도금 등 3D업종은 일할 사람이 오지 않아 그나마 있는 사람들이 야간이나 주말에 근무하면서 공장을 돌리는 상황인데 정부안대로 근로시간을 줄여버리면 우리들은 다 범법자로 내몰리게 된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받을 수 있는 쿼터는 정해졌고 그나마 경력이 쌓인 친구들은 조건이 좋은 다른 회사로 옮기는 일도 적지 않아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인천·안산=백주연 정민정기자 nice89@sedaily.com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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