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에레혼] AI 전멸시킨 '어디에도 없는' 나라

■새뮤얼 버틀러 지음, 김영사 펴냄





질병은 죄악이요, 범죄는 치료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병자는 처벌받지만, 범죄자는 일말의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유토피아를 역으로 상징한 나라 ‘에레혼(EREWHON)’은 ‘어디에도 없는’이란 뜻의 영단어 ‘Nowhere’를 거꾸로 쓴 것으로 산업화 당시 영국사회를 풍자한 소설이다. 이곳에서는 기계가 모조리 자취를 감췄는데, 이는 기계가 진화해 인류를 위협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모든 기계의 씨를 말린 것이다. 또한 논리와 합리는 중도와 포용을 배제하기 때문에 이성적인 사람이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대학에서는 이성 대신 모호성을 가르친다. 교수는 절대 독창적인 사고를 전수하지 않는다.


에레혼 사람들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는 기계가 의식을 가져 인간을 노예로 부릴 것을 염려한다. 마치 현재의 인공지능(AI)이 학문으로 출연할 것을 예언한 것이다. 저자는 다윈과 평소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진화론에 관심이 많았는데, 소설 속 기계 역시 이러한 진화의 과정을 밟아 또 하나의 생명, ‘인공 생명’을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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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풍자적이다. 환자와 범죄자의 위치가 뒤바뀐 설정이나 이성에 대한 몰이해는 산업화와 자본주의화가 소외시킨 인간성에 대한 고발이다. 당시 최신 문물 및 이론이던 기계문명과 진화론을 역으로 퇴보에 사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1만3,0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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