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활성화대책 큰틀 나왔지만...되레 힘빠진 코스닥

상장 후 3개월 이내 주가하락해도

'주관사가 공모가 90% 환매' 면제

별도 3,000억규모 펀드 조성도

최종구 방안 공개에 시장은 '글쎄'

지수 오후 들어 낙폭 키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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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종합대책의 일부를 9일 공개했지만 최근 급등세를 이어가던 코스닥지수는 되레 힘을 잃었다. 실적 대신 기업의 혁신성에 가점을 주는 등 코스닥 상장 요건을 크게 완화하고 별도 펀드를 조성해 연기금 외 코스닥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발표가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건드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매도주체가 기관투자가인 만큼 향후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대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대책 발표 이후 본격 상승을 위한 숨 고르기라는 지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스닥 상장기업, 예비 상장기업, 중기특화증권사 등을 초청해 연 현장간담회에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의 큰 틀을 공개했다. 공개된 방안은 코스닥 활성화를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의 한 축으로 보고 금융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련해온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유도, 코스닥 상장요건 완화 등 내용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이번 간담회에서 전체적인 틀과 일부 구체화한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10일 코스닥 활성화 대책 전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코스닥 상장요건 개편이다. 금융위는 테슬라 상장 시 주관사가 져야 할 환매청구권(풋백옵션) 의무를 사실상 면제했다. 지난해 도입된 테슬라 상장은 ‘적자를 내고 있지만 성장 기대가 높은’ 기업에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기회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아직 테슬라 상장 사례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상장 후 3개월 내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일반투자자가 원할 경우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물량을 다시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가 컸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수 상장 주관사가 코넥스시장에서 일정 수준 거래 이력이 있는 기업’으로 전제조건이 걸려 있기는 하지만 (증권사가) 한 번 우수 주관사로 선정되면 계속 면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계속사업이익’과 ‘자본잠식’ 요건을 폐지하고 세전이익·시가총액·자기자본 등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상장이 가능하도록 단독 상장요건을 신설하는 등 상장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대신 사후 규제인 상장 실질심사요건을 확대해 부실 상장기업을 조기에 적발돼 퇴출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유도하고 상장주관사의 이해 상충 문제와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호예수 의무를 확대하고 제재 기준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코스닥시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제3시장 등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들이 투기세력을 키우는 부작용을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는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와 함께 증권 유관기관을 통한 ‘실탄’도 마련한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거래소·예탁원 등 증권 유관기관이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업(Scale-up) 펀드’를 조성해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연기금 투자 확대를 위해 코스피·코스닥을 종합한 대표 통합지수를 개발하고 새로운 지수에 기반을 둔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 출시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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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발표 하루 전 공개된 방안에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일보다 1.13% 떨어진 829.99에 장을 마쳤다. 전일보다 0.22% 오르며 상승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이 커졌다. 지난해 말 하루 만에 4% 가까이 급등할 만큼 드셌던 코스닥의 상승세는 정책 기대감에 기댄 측면이 컸다. 이 때문이 이날 코스닥 하락은 일단은 실망감이다. 연기금 투자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대한 해결책은 연기금의 몫이다. 증권 전문가는 “손실을 봐서는 안 되는 연기금의 특성상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변동성이 큰 코스닥 투자가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 정책이 발표되기 앞서 일부 투자자들이 미리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코스닥지수가 내리 올랐던 만큼 조정 우려는 있어왔다”며 “뉴스가 나오면 팔라는 격언대로 일부 투자자들이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벤치마크 지수 변경 등은 국민연금의 코스닥 비중 확대와 수급개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정책발표는 중기적으로는 코스닥지수의 네 자릿수대 진입을 예고하는 시금석이 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조양준·유주희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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